국채 시장에 유입된 뭉칫돈이 넘치면서 우량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우세한 것으로 점쳐짐에 따라 기업들은 서둘러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해 싼 이자로 장기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과 7월 각각 3조2000억원대에 머물던 회사채 발행금액(ABS 제외)은 8월 3조7284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9월에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달에는 10일까지 SK(AA+ㆍ2500억원), LG전자(AAㆍ1900억원), 하이닉스(BBB+ㆍ3000억원) 등이 1조481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량 회사채 매입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채 수익률이 급락(가격은 급등)하자 기관들은 안전성은 높으면서 국채보다 금리를 0.5~1.0%포인트 더 받을 수 있는 AA-급 회사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우량 회사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며 국채 금리와의 간격(스프레드)이 계속 좁혀지고 있다.
지난 2일 GS칼텍스는 3000억원 규모 AA+급 회사채 5년물과 7년물을 입찰에 부쳤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대부분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표면금리는 민간 채권평가사 3곳에서 내놓은 채권 금리 수준보다 5년물이 0.17%포인트, 7년물은 0.28%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입찰 당시 GS칼텍스 회사채 5년물은 국고채 5년물 금리에 비해 0.4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한두 달 전 발행된 같은 신용등급의 SK에너지와 현대자동차 회사채와 비교하면 우량 회사채 발행 금리의 급격한 하락세를 금세 알 수 있다.
6월 SK에너지 5년 만기 회사채의 표면금리는 5.18%로 국채 5년물과의 금리 차이는 0.77%포인트였다. 7월 30일 현대자동차가 발행한 5년물 회사채는 4.96% 표면이율로 국채와의 금리 차이가 0.58%로 줄었다.
GS칼텍스 회사채 입찰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사가 국채 5년물 대비 0.45%포인트 넘는 금리는 아예 써내지 말라고 통보했다"며 "국내 입찰에서 제안금리 상한선을 제시한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 기업이 `제안금리 상한선`을 제시하는 이례적인 현실은 우량 회사채 시장의 과수요 상황을 반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일구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가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는 한 우량 회사채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일경제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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