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또 올릴까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이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금리 인상 시 원화값 상승이 가팔라지는 염려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달 금통위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매일경제가 국내외 8개 경제연구소ㆍ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개 기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3곳이 동결을 점쳤다.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해 2.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이 이달 금리 인상을 예상한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우리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에 근거하고 있다. 빠른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도 이달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9월 추석 특수를 감안하면 4분기 물가는 3%대를 상회할 수도 있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라며 "자금 수요가 많은 추석을 앞두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다소 부담일 수 있겠지만 경기 흐름이라는 장기 요인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염상훈 SK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도 "최근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총생산(GDP) 갭이 커지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며 "통화정책 시차가 최소 6개월에서 2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을 점친 전문가들은 이달을 포함해 연내 두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연내 3%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를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운용 부담을 염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미국 중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심해지고 있다"며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는 대외 요인에 취약하기 때문에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침체된 부동산 경기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수도권 지역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 폐지를 골자로 한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을 활성화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것.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이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지난달 부동산 대책으로 다소 활기를 띤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부동산 거래량이 확실히 회복될 때까지는 한은이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금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 정부와 정책 조율을 책임지고 있는 수비르 랄 한국과장은 최근 "한국이 정책금리를 지금보다 더 인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고용 창출과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경기 중립적인 적정 금리 수준이 약 4%"라고 제시했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수석칼럼니스트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명목성장률이 6%대인 한국에서 금리가 2% 수준인 것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한예경 기자/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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