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1년8개월 동안 19조 이탈

거듭되는 환매에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액 규모가 2007년 말 수준까지 후퇴했다. 금융위기로 투자자 심리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펀드 판매와 운용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사실도 자금 유출의 원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국 펀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급팽창, 그리고 추락=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66조6338억원을 기록했다. 설정액이 66조원대까지 내려온 것은 2007년말 66조4879억원을 기록한 이후 32개월 만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2007년과 2008년을 거치며 빠르게 증가했다. 2007년 4월 35조8159억원에 그쳤던 설정액은 불과 7개월 뒤인 2008년 1월 73조6211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같은 해 3월에는 베어스턴스 파산이란 굵직한 사건이 터졌지만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계속됐다. 베어스턴스 파산으로 코스피가 1500선까지 하락하자 "지금이 바닥이다. 펀드에 가입할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투자자들이 더 몰려든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리먼브러더스마저 파산하면서 코스피는 900선까지 급락해 뒤늦게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결국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08년 말 85조8150억원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했다. 2009년 1월 9485억원이 빠져나간 이후 월평균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함에 따라 지금까지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대량 환매 당분간 이어질 듯=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은 코스피 1700~1900대에 대량 유입됐다. 이는 코스피가 2000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1033억원이 또 순유출됐다. 전 거래일인 1일 지수가 1760선까지 20포인트 넘게 반등하면서 원금을 다시 찾으려는 환매 물량이 늘어나면서 하루 만에 순유출로 전환했다. 다만 최근 들어 1700선 중반에도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등 환매 압력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1800선을 돌파한 뒤 대량 환매가 다시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특히 2007년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면 규모가 더 커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 변화로 살아남는다=전문가들은 펀드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펀드 수익률 개선과 투자자 신뢰 확보, 정책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그동안 유행에 휩쓸려 펀드를 남발했다"며 "펀드가 너무 많다 보니 관리가 소홀해지고 이는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주요 자산운용사의 펀드 수익률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펀드 환매 분위기에 변화도 기대되고 있다.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던 미래에셋의 주요 펀드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 인디펜던스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15.08%, 13.93%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폭 9.26%를 앞선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국내 주식형펀드를 대표하는 미래에셋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져야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 믿음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최근 수익률 상승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신뢰를 찾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다. 다른 회사와 구별되는 `특징`을 갖추기 위해 우리자산운용은 각종 인덱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신영자산운용은 가치주펀드 라인업을 새롭게 다듬고 있다.

KB자산운용은 당분간 새로운 주식형펀드 상품 출시를 멈추고 이미 출시된 상품을 잘 운용하는 데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매일경제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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