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트리플래닛(Tree Planet)` 애플리케이션(앱)을 찾아 들어간다. 나무를 심는다. 물론 가상의 나무다. 정성 들여 나무를 키운다. 나무를 자라나게 하는 햇볕과 비, 비료는 대기업 로고가 찍힌 광고다. 광고 수익 일부는 실제 숲으로 돌아간다. 진짜 나무가 심기고 자라난다.
재기발랄하면서 환경친화적인 이 `나무 심고 가꾸기` 앱은 20대 벤처기업가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트리플래닛을 개발해 10월 론칭을 앞두고 있는 벤처기업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23ㆍ한동대).
"환경운동이 꼭 대기업과 대립해야만 할까요? 저희 사업 아이템은 바로 그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도시인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자신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환경보호운동을 하고 대기업은 광고 효과도 내면 어떨까요?"
지난 3일 만난 김 대표와 정민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24)는 20대 초반을 갓 넘긴 젊은이다운 참신한 발상과 당당함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2008년 육군본부에서 군복무하던 시절.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전역 후 진로를 고민하다 `환경보호 스마트폰 앱 개발`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냈다. 일과 후에도 군대 내 독서실에서 밤을 낮 삼아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프로그래머 정의준 씨(22), 앱 디자이너 강민주 씨(23), 웹 디자이너 김예리 씨(23) 등 현재 트리플래닛 멤버들은 이때 이미 섭외했다.
2010년 김 대표와 정 디렉터는 전역하며 사업자 등록을 하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국내 숲 조성사업을 벌이는 대표적 단체인 `생명의 숲` 관계자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바로 구두 합의까지 마쳤다. 이 단체는 백두대간 산림 훼손 지역 중 하나에 이들의 앱에서 키워진 나무를 실제 심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멍구 사막화 방지 사업을 하고 있는 `미래숲` 관계자와도 미팅을 하고 협약을 준비 중이다.
실제 나무를 심으려면 가장 필요한 게 수익모델. 트리플래닛은 이미 포스코와 미국 기업 웨스턴 디지털 등을 후원사로 확보했다. 삼성이나 LG 같은 다른 기업들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김 대표가 수익모델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웨스턴 디지털 로고가 박힌 씨앗을 사고, 포스코의 비료를 뿌립니다. 이후 다른 대기업 로고 태양이 내리쬐는 모습이 나오고 또 다른 기업 로고가 찍힌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거지요. 나무가 병에 걸리면 또 다른 기업체 로고가 찍힌 약을 쓰는 식입니다. 그렇게 모인 수익금 중 일부를 우리와 계약한 조림사업 단체에 주고 나무를 심도록 하자는 겁니다."
트리플래닛은 지난 6월 벤처창업 경진대회 환경ㆍ에너지 분야 우수상을 수상했다. 앞으로는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 G20 기획단과 함께하고 있는 코엑스 측에서 관심을 표명한 것. 잘하면 공식 앱이 될 수도 있고 대기업 광고 유치에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최근에 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을 눈여겨보던 사단법인 벤처기업협회에서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하는 IR행사에 동행할 것을 제안한 것. 올해 3년째 진행되는 이 행사는 지난해 미국 상ㆍ하원 의원 3명에 에너지장관까지 참여하기도 한 큰 무대다.
김 대표는 "최근 양대 글로벌 트렌드인 `녹색성장`과 `스마트폰`을 결합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며 "앞으로도 `북극곰 살리기 앱` `아마존 보호 앱` 등을 개발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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