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산업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3년 6000억여원에 불과했던 국내 FPCB 시장 규모도 연 평균 23.9%씩 성장하면서 지난해에는 2조2000억원까지 확대됐으며, 올해 전 세계 FPCB 시장 규모는 작년 대비 5.9% 이상 성장한 9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FPCB산업은 한동안 중국이나 대만 업체의 저가제품 공세로 불황의 늪에 빠져 있었다. 몇 년 전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설비투자에 집중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대규모 가격인하를 시도했다. 이 때문에 FPCB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경제가 왜곡, 업계는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공정개선 등이 적극 진행되면서, 얼마 전부터 국내 FPCB 산업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며 재도약 중이다.
FPCB는 연질 절연기판을 사용한 PCB로, 경성(Rigid) 회로기판과는 달리 구부리기 쉬운 필름 형태로 제작돼 단독으로 3차원 배선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두께가 얇고 내구성이 높아 고밀도 배선이 가능한 특징 덕분에 모바일 단말기에 활용도가 높다.
최근 FPCB는 각종 전자제품의 핵심부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기기의 슬림화 · 휴대화의 수혜를 크게 입었다. 휴대폰 및 디스플레이 업계가 호황을 맞으면서 전방산업 호조에 따른 부품공급 확대로 FPCB 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현재 반월시화공단 일대에 위치한 국내 주요 FPCB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높이며 올해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FPCB 업계는 휴대폰의 비중이 높던 사업영역을 확장, 애플리케이션의 다변화를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FPCB는 저항과 데이터 손실률이 낮고 차폐 효과가 탁월해 전자파 발생이 적다. 가정용 TV의 초슬림화 · 고화질화 추세에 따라 이러한 FPCB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부터 LCD 및 LED TV용 FPCB 제품의 공급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의료기기와 자동차산업에도 진출을 모색하는 등 업체별로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통한 성장을 꾀하고 있다. 향후 방위산업과 항공 · 위성장비 · 로봇 등의 첨단산업에도 FPCB의 접목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리케이션 확대를 통해 이제 FPCB는 낯설고 전문적인 IT 부품이 아닌, 우리의 편리한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첨단 부품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고화질 LED TV로 남아공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고, 초슬림 노트북으로 이동 중 업무를 체크하며, 최신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일 모두가 FPCB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생활이다.
나아가 국내 FPCB 산업은 얼마 전부터 현재의 고속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주요 전자제품 업체들의 생산기지가 아시아 국가로 이동하고 있는 트렌드에 재빨리 대응, 베트남과 중국 등의 동남아 지역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저렴한 인건비 등의 현지 혜택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시설의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집약적 산업인 FPCB는 이제 첨단 전자제품의 효율성을 위한 최적의 부품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우리 삶의 질을 더욱 증진시키고 있다. FPCB산업의 호황이 국내 IT 제조업 전반의 매출 증가로 이어져, IT 코리아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일등공신으로 주목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경태 플렉스컴 대표이사 ktha@flexc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