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회복세를 나타낸 국가는 아시아와 남미 신흥국가들이다. 이 중에서 브릭스(BRICs)인 중국, 인도, 브라질은 더욱 눈에 띈다. 국가 성장세와 더불어 벤처 정신도 이들 국가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꽃피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에서는 미국, 일본, 한국 등 벤처 붐을 앞서 이끌었던 국가의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살피며 정보기술(IT), 그린산업 등에서 벤처 정신이 영글어 가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지원도 활발하다.
브릭스 중에서도 중국 벤처의 역동성은 남다르다. 특히 IT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중국 벤처 1세대인 포털 사이트 바이두 등의 성공 이유로 `벤처 정신이 장려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 주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들었다.
실제 시장분석업체 IDC가 조사한 2010년 연간 IT 분야 투자 증가율에 따르면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 시장 중 중국이 21%로 증가율이 제일 두드러졌다. 러시아가 17%로 그 뒤를 따랐고 브라질(14%), 인도(13%) 순이었다.
중국 정부는 대학부터 벤처정신과 실제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미래의 벤처인을 양성 중이다. 대학의 `기술 사업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칭화대학은 칭화 과기원을 통해 칭화대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자들에게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 내 유수의 인재들이 모인 칭화 대학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구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창업공간이 모여 있는 벤처 육성센터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P&G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입주해 선진기업의 경영전략 및 기술 응용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벤처기업의 안정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자금 지원도 확실하다.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자체적으로 벤처캐피털을 운영하고 있다. 회계사와 변호사가 상주하면서 경영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중국 정부는 벤처기업들에 세금을 깎아주고 사무실을 값싸게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등 벤처 활동을 적극 장려 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게임업체를 운영하는 한 벤처기업 사장은 "정부의 도움이 자리를 잡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며 "정부의 지원이 계속 되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벤처 정신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의 투자도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9년 10월 23일 중국판 나스닥 증권 시장인 `차이넥스트`를 개장했다. 차이넥스트는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던 중국의 수많은 벤처 기업들에 단비가 되고 있다. 투자자들 또한 중국판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찾기에 혈안이 돼 있어 벤처들의 자금 흐름이 유연하다고 상하이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은 설명했다.
공학인재가 특히 많이 모여 있는 인도의 벤처 육성 상황도 `파란불`이다. 10여년 전부터 미국 주요 IT 업체의 개발 전초기지로 사랑 받던 인도는 이들의 기술과 시스템을 전수받으면서 선진 구조를 구축했다. 인도는 생산비용 절감을 원하는 글로벌 IT 업체들에게는 최적의 대륙이었다.
이런 인도에서는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이 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크게 저변을 확대하면서 이를 받쳐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인도 벤처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수드히르 세티 인텔 직원은 “신문의 직업 섹션을 봐도, 길에 붙은 인력 구함 종이를 봐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찾는 데 모두가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며 “10년 전과 비교해 노동 비용은 크게 올랐지만 기술력 또한 훌륭해졌다. 인도는 10년 전과 비교해 또 다른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지난 2008년부터 국가 주도의 경기 부양책으로 국가 전체의 소비 규모 및 삶의 질이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도 시장에 들어와 있던 글로벌 IT 기업 또한 인도 내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IT 벤처 시장이 승승장구 중이다. 거대 인프라는 정부와 대형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이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벤처가 창의적 아이디어로 제공하는 셈이다. 또 인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IT관련 커리어를 쓰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인도 IT벤처 시장은 인기가 높다.
세크하르 란잔카르 유니톱 케미컬의 직원은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이 경쟁 시장으로 버티고 있지만 인도는 영미권 국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신흥 시장이다”며 “인도에서 IT관련 기술을 익힌 뒤에는 다른 어떤 국가로도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초기의 기회가 인도에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벤처 태동기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내수시장 성장세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도전`하는 벤처정신이 크게 퍼지고 있는 분위기다. 브라질의 벤처는 지난 2009년부터 급성장해왔다. 글로벌 민간 기업과 정부의 주도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에 장벽이 됐던 높은 세금과 엄격한 노동법규 등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이들의 직 · 간접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IBM은 지난해 IBM혁신센터를 브라질 상파울루에 추가로 설립했다. 브라질 벤처 커뮤니티 육성에 집중하는 이 혁신센터는 기술 훈련, 컨설팅 서비스, 신기술 지원 등을 개인 및 기업 등에 제공한다.
IBM은 “브라질의 벤처 커뮤니티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브릭스를 논할 때 중국과 인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지만, 최근 몇 년간 브라질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IBM 벤처 투자그룹도 브라질 벤처 시장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IT시장은 경제위기를 겪으며 위축됐던 것이 서서히 회복되는 모양새다. 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IT 시장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겠지만 2013년 정도에는 회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IT 관련 프로젝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다. 특히 소형 벤처 업체가 많은 소프트웨어 분야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다. 러시아 소프트웨어 업체 `소프트라인`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IT 예산 증가 외에도 올해 들어 특히 IT 관련 프로젝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 관련 지원 및 투자로 올해 가장 빠른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소프트웨어 시장 회복에 또 다른 청신호는 인터넷 사용자 수 증가다. 퍼블릭오피니언파운데이션(POF)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인터넷 사용자수가 4200만명에 육박하며 성인 인구의 35%를 차지했다. 또 매년 22%씩 증가하고 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