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대거 투입됐다. 스마트그리드 사업 전체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전력(KEPCO)은 스마트 파워그리드 등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5개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추진 중이며,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분야에는 SK에너지 · GS칼텍스가 포진돼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KT는 실증단지에서 가정집을 대상으로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 제공 및 교육 등 스마트 플레이스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스마트가전 · 전력 저장 장치 · 태양광발전 추가 · 소형 풍력 발전 설치 등을 개발 · 실증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인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의 모습을 담아본다.
◇소비자 중심 스마트그리드 세상 꿈꾸는 `LG전자`=LG전자는 소비자 중심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구현을 목표로 제주 실증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LG화학 · LG U+ · LG CNS · GS건설 등 다수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0~2013년, 총 42개월 동안 구좌읍 하도리의 총 1700여 가구 중 400가구를 대상으로 `스마트 플레이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가전업체로는 유일하게 스마트 플레이스 분야 컨소시엄의 주관사로 선정됐다.
LG전자는 스마트그리드 제주실증사업에서 소비자가 편리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제품 및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전기기가 전력요금을 자동으로 인식해 스마트하게 작동할 수 기능을 개발해 소비자가 불편함 없이 스마트그리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실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LG전자는 제주실증 사업에서 일반가구에 대해서는 연간 피크전력 5%, 평균전력 10%, 세대별 연간 온실가스 700㎏ CO₂를 감소시켜 나갈 것이며, 빌라 및 아파트와 같은 집단거주시설에 대해서도 연간 평균 전력 60%, 온실가스 2.2톤을 감소시킬 계획이다.
현재 1차 연도 사업은 5월에 모두 마무리됐다. 특히 수용가 모집이 가장 큰 과제였는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도 개최하고, 실증의 원활한 진행과 주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체험하며 주민과 하나 되는 활동들을 전개했다. 이런 노력 끝에 3월 말을 기점으로 실증가구의 선정에 있어 당초 계획했던 400가구를 초과해 조기 완료했으며, 스마트그리드 환경 구축을 위한 필수 요소인 스마트미터의 설치 및 통신 인프라 구축 등 본격적인 실증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제반 조건에 대해 마무리를 지었다.
LG전자는 향후 2차 연도에 지능형 가전기기들을 적용할 것이며 LED조명제품 · 태양광발전 · 지열 히트펌프 ·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가정용 전력저장장치 · 소형 풍력발전 등도 실증 대상 가구에 설치해 실증주민들에 의한 실사용 환경에서의 사용 패턴들을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아울러 3, 4차 연도에는 제품기반의 서비스 제공인 2차 연도와는 다른 다양한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함으로서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생활의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전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유럽 스마트그리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가 5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인 `스마트 왓츠(Smart Watts)`에 참여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해 최근에는 스마트 왓츠의 주관업체인 독일 컬렌동크 일렉트로닉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LG전자는 스마트 왓츠에서 스마트그리드의 소프트웨어 표준기술을 연구하고 2012년까지 각종 스마트 가전제품과 스마트 서버 등을 공급한다.
또한, LG전자는 7월에 한국스마트 그리드협회, KT와 함께 미 시카고 빌딩연합회 (BOMA)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스마트빌딩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플러그를 꽂으면 유전이 되도록 `SK에너지`=SK에너지는 SK네트웍스 · SK텔레콤 등 계열사들과 함께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뛰어들었다.
SK에너지는 전기자동차 분야를 주요 연구 과제로 삼았다. SK에너지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개발과 완성도 높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4차 연도까지 전기차 69대, 전기충전기 92대를 실증단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SK에너지가 배터리를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SK네트웍스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면 전기차와 충전기 간의 통신을 비롯해 전기차 운행정보 및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요금 제어 센터의 통신 부문을 SKT가 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K에너지는 전기차의 운행 핵심기술 확보 및 중앙관제를 위한 전력망과 통신망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기차 충전소 사업개발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이 회사는 실증단지 사업 참여를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부가서비스 모델을 구현하고 전기차 충전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개발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한 렌털 사업을 추가로 추진키로 했으며 SKT는 전기차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되팔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SK에너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카 시대가 사라지고 100% 전기로만 움직이는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을 기반으로 실증단지에서 배터리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일환으로 SK에너지는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전기차용 충전기 2기 설치를 위한 협약식을 갖고 향후 전기차 충전과 관련된 각종 실증 사업을 수행키로 했다.
SK에너지 스마트그리드와 연계되는 배터리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독일 다임러 그룹의 미쓰비시 후소의 하이브리드카에 장착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SK에너지는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첫 순수 고속 전기차로 개발 중인 i10 기반 양산 모델 및 기아차 기반의 차기 양산 모델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공식 선정되며,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현대기아자동차에 공급하게 될 배터리는 기존 하이브리드 계열 자동차와 달리, 이산화탄소 발생이 전혀 없이 전기의 힘으로만 구동되는 100% 순수 전기차인 동시에, 60㎞/h 이상의 주행이 가능한 고속 전기 자동차에 공급되는 고용량, 고성능 배터리로 SK에너지의 높은 기술력이 확실하게 입증됐다는 평가다.
또한, 이번 배터리는 1회 충전에 160㎞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시속 130㎞/h로 주행 가능하다. 아울러, 급속 충전 시 80%를 채우는데 20분이 걸리며, 일반 충전 시 완전히 충전되는데 6시간이 걸린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SK에너지의 기술력이 국내뿐 아니라 국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어, 2차전지 시장에서 타사와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소식이 있을 것”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SK에너지는 현대기아차에서 개발 중인 전기버스 `일렉시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고, 지난 4월 미국 전기차 개발 컨소시엄인 USABC의 기술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온실가스 제로 전기차 충전스테이션 `GS칼텍스`=GS칼텍스는 연료전지 · 태양광발전 등을 연계한 충전 설비는 물론 충전소에서의 서비스 활용도를 높여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분야 선도를 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통신사인 KT를 비롯해 LG CNS, 전기 충전 분야에서 앞서 있는 ABB, 주차서비스전문회사인 GS파크24, 연료전지업체인 GS퓨얼셀, BMS 전문기업 넥스콘 등 총7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을 통해 전기자동차 보급에 필수적인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업모델을 검증하게 된다.
GS칼텍스의 특징은 연료전지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산 발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해 경제성이 높은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연료전지업체인 GS퓨얼셀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KT는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전기자동차 관리 및 정보제공이 가능하며 해외에서 충전인프라 사업경험이 있는 ABB가 컨소시엄에 참여함에 따라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그리고 주관사인 GS칼텍스의 경우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 및 보너스카드 시스템(고객관리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제주공항 · 중문단지 등을 포함한 총 25개 지역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급속 충전소 2곳을 포함해 제주 지역 내 약 15개 충전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이를 통합관리하기 위한 운영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소요될 충전기대수만 급속충전기 6기를 포함해 총 41기이다.
특히 GS칼텍스는 G20 정상회의 행사에 맞춰 한국의 스마트그리드사업에 대한 대외적인 인지도 상승을 위해 현재 홍보관과 대표 전기충전소 건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 건설예정인 스마트그리드 홍보관은 KT와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10월내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GS칼텍스는 제주시 해안동에 위치한 무수천 주유소를 대표충전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10월내 재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주유소는 기존 주유소는 물론 전기충전소와 함께 운영센터까지 함께 들어서 스마트그리드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게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GS칼텍스는 우선 전기차를 관광용 렌터카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안전성에 불안해하고 있는 소비자에게 전기차 사용방법 및 충전소 이용 방법을 경험하게 하면서 안전성을 불식시키고 충전 설비와 함께 충전 기술까지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가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진출한 것은 좁게는 지능형 전력망 사업으로 한정지을 수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종합적인 에너지 공급 솔루션의 한 형태이므로 `종합 에너지서비스 공급기업의 리더`라는 이 회사의 비전과 부합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비전달성을 위해 기존사업인 석유 · 석유화학은 물론 자원개발 · 도시가스 · 전력 · LNG 등에 진출해 있으며 향후 신성장동력이 될 연료전지사업 · 박막전지 · 에너지저장장치에 사용될 탄소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해 왔다.
GS칼텍스는 이번 제주실증 단지사업을 미래 표준화를 리드하고 궁극적으로 실질적인 사업기회의 창출 및 향후 사업화와 해외진출을 위한 중요한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에서 마이크로그리드까지 점령 계획 `KT`=KT는 경영비전인 `Olleh` 경영의 10대 과제 중 하나로 그린IT를 선정하고 핵심과제로 스마트그리드 분야를 지정해 관련 전략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KT는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가정 · 기업 · 산업체를 위한 중소규모 마이크로그리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민들에게 스마트그리드의 비전을 보여주는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미터를 활용해 가정 · 빌딩 · 기업 대상 전력량 측정 및 제어 서비스와 통신기술을 활용한 마이크로 그리드와 분산전원 솔루션의 통합 관리 · 제어 서비스 등 소비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KT는 단순히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향후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해 다양한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을 위한 의지로 이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KT는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참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스마트그리드 운영센터를 열고 전력과 IT의 융합을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체화했다.
KT · 삼성전자 · 삼성SDI · 삼성SDS · 삼성물산 · 효성 · 미리넷 등 14개 사로 구성된 KT컨소시엄은 제주 성산포에 `KT스마트그린센터`를 오픈해 시범서비스 대상 고객에게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KT스마트그린센터는 가정용 에너지관리시스템 ·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 ·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 고객 전력정보 등의 모니터링 및 에너지 분석 기능을 수행한다. 또 전력 서비스 관제 · 전력판매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추 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컨소시엄 참여기업 직원들을 위한 사무공간도 확보하고 있다.
KT컨소시엄은 현재 200가구 대상으로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를 시험 제공 중에 있으며, 내년 5월까지는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간 양방향 정보교환이 가능한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KT의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의 경우 KT의 스타일폰을 통해 고객이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 · 시간대별 전력 가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향후 스마트그리드가 상용화 되면 전력 공급자 입장에서는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버리는 전기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에 공급할 수 있는 탄력적인 전력 운영도 가능하다. 과부하로 인한 전력망의 고장도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이 쌀 때 전기를 쓸 수 있고, 전자제품이 자동으로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에 작동하게 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KT는 제주실증단지 사업을 위해 개발하고 현재 적용중인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국제 표준화에 성공했다. KT가 지난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국제전기통신연합(ITU-T) 스마트그리드 포커스그룹 회의에서 KT가 전자통신연구원(ETRI) 및 KAIST와 공동 제출한 2건의 표준제안 내용이 활용사례 초안 문서의 주제로 채택됐다. KT 컨소시엄이 제주실증단지에 적용하고 있는 `인터넷 영상전화` 및 `PC`를 활용해 각종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안이 채택됐다. 또 KT 컨소시엄이 스마트 박스로 불리는 에너지 게이트웨이(Energy Gateway)를 활용해 제주실증단지 참여가구의 댁내 기기들을 관리하는 안도 함께 채택됐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
함봉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