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전후로 전 세계 시장에서 불었던 벤처 설립 붐을 `닷컴(.com) 열풍`이라고 한다. 초기 군사용 목적으로 시작됐던 인터넷이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진화하면서 이에 기반을 둔 인터넷 서비스 벤처가 앞다퉈 생겨났다.
당시 닷컴 벤처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영위했던 음악 ·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상거래, 정보검색, 커뮤니티 등을 사이버 세상으로 그대로 옮기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즉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을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이베이, 아마존, 야후, 구글, 유튜브 등이 대표 사례다.
반면에 벤처1.0시대에 있었던 우리나라 벤처는 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미국처럼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 등 인터넷 기반 벤처가 등장해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큰 규모의 성과를 냈던 기업 중에는 반도체, 의료장비 등과 같은 IT제조 업종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는 산업화에서 정보화, 글로벌화로 넘어가던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산업 흐름이 반영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벤처1.0시대는 글로벌 시장에 불었던 닷컴 열풍과 우리나라 특유의 벤처 열풍이 혼재했던 양상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벤처2.0시대`는 어떤 기업이 주류를 이뤄 성공의 왕관을 쓰게 될까.
전문가들은 벤처2.0시대를 관통할 단어로 △웹2.0+알파(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등을 든다.
벤처1.0이 닷컴으로 표현되는 웹(Web)의 시대였다면 벤처2.0은 `웹 & 앱(Application)`이라는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유무선 인터넷이 결합된 신개념의 서비스가 주 무기로 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은 닷컴 버블이 가라앉은 이후 등장한 웹2.0 개념과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하면서 본격화했다.
벤처1.0시대 인터넷이 공급자가 수용자의 요구를 파악해 제공하는 일방향성이었다면 벤처2.0시대 인터넷은 공급자와 수용자가 함께 만드는 양방향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만 한다.
기술의 진보로 개방과 공유가 가능해진 인터넷은 함께 정보를 모으고 나누며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터넷 만물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주축이 돼 대박 상품 반열에 오른 페이스북 · 트위터 · 미투데이 등 SNS와 그 응용서비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벤처2.0시대의 개념을 구체화할 웹과 모바일을 연동한 신개념의 비즈니스 모델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겠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그룹폰(groupon)`은 말 그대로 단체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것이 주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그 방법을 SNS와 연계한 `소셜 쇼핑`이라는 신개념을 접목한 것이 대박 비결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할인 쿠폰을 이용하려면 먼저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 접속해 우편번호를 입력한 뒤 회원에 가입해둔다. 그날그날 도시별로 할인하는 `오늘의 상품`의 정보가 뜨면 회원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연결해 자신의 지인들에게 알린다. 적정 인원, 즉 그룹이 돼야만 그 할인 쿠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폰의 초기 화면에는 현재 신청한 사람 수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아래에는 SNS로 그 정보를 알릴 수 있는 단축 버튼이 마련돼 있다. 최근 실시한 피자 할인 쿠폰 이벤트에는 3000여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그룹폰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고객의 잠재적 욕구를 파악해 SNS로 참여도를 높이고 효과를 증폭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데 있다. 물론 여기에도 웹과 앱 연동은 필수 인프라다.
대표적 소셜 게임 `팜빌(Farmville)`과 `징가(Zynga)` 역시 SNS로 친구들과 연계해 함께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델로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벤처2.0은 웹뿐만 아니라 앱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기존 닷컴과 다르다. 또 상대적으로 결제가 용이하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디바이스에도 접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중의 이용자를 겨냥한 저렴하고도 창의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봇물처럼 넘쳐난다.
김영한 앱 컨설팅 대표는 기존 벤처1.0기업과 벤처2.0기업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선 고객의 잠재적 필요사항을 찾아내는 창의성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앞서 소개한 그룹폰의 경우 자신의 기여로 값진 상품을 싸게 사고 싶다는 욕구를 소셜 쇼핑이라는 방법으로 찾아내는 기발성을 보였다.
두 번째로는 사업방식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대표적 소셜게임인 `징가`의 경우 농작물을 키우고 거래하는 과정에 친구를 불러들여 공동 작업을 하면서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만든다.
그 다음으로는 게릴라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다는 점이다.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입소문, SNS를 통한 판촉, 소규모 이벤트 등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 기법을 적용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과 앱 스토어 등과 협력해 고객 생태계를 만들어간다. SNS 플랫폼을 이용하면 개발이 쉬워진다. 김 대표는 여기에 고객과 공유하는 생태계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곁들였다.
그러나 벤처2.0시대는 글로벌 경쟁이 더 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사업 기반이 되는 플랫폼들이 국경도 없고, 기업 간 경계도 없는 웹과 앱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 만큼 그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우리 벤처들에 협업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상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웹과 앱이 결합되면서 보다 유연하고 개방된 인터넷 세상이 열렸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 소셜 쇼핑, 소셜 커뮤니티 등에서 새로운 벤처의 붐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