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장이 네트워크전으로 변화되면서 IT와 국방의 융합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전장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 · 센서 · 네트워크 · 정보보호 등 IT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체 국방예산 중 IT 관련 예산을 지난해 10억4000만달러(34.4%)에서 올해 10억5000만달러(35.2%)로 늘렸다. 내년에는 11억5000만달러(37.2%)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방 전력의 핵심은 IT로 대변된다. IT로 무장한 지능형 무기들이 전장을 주도하고 있고,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활용한 군사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다. 또 과거에는 지상 · 해상 · 공중 3차원에서 전쟁이 시작됐지만, 오늘날에는 우주 · 사이버 공간을 포함한 5차원 공간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정밀감시 · 통신, 정보작전 등에서 첨단 IT의 확보가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낸다. 감시 · 정찰, 표적획득, 정보통신 및 컴퓨팅, 정밀유도 및 타격, 전장정보관리 지원 등 IT가 이용되지 않는 군사 영역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각국 정부들은 IT와 국방을 융합해 지능형 무인 감시 · 정찰 체계, 스마트 무기체계, 정보의 실시간 획득 및 통제 체계, 지휘 통제의 효율화 등을 달성하고 있다.
국방 IT산업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국방용 고성능 컴퓨팅 시장은 올해 26억달러에서 2015년 33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사이버전 관련 시장 규모도 지난해 이미 81억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일부 국방 IT부문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실전에 활용을 위한 통합기술은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관련 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
정부는 IT 벤처기업들의 우수한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 · 군 간 기술교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무기 실시간 운용체제, 실시간 전장정보 획득을 위한 무인 헬리콥터, 휴대용 태양광충전기 등 여러 프로젝트들을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국내 IT를 활용해 `굴절형 총기(코너샷)`를 세계 3번째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 무기는 플래시와 카메라로 적의 수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총열을 좌우로 꺾어 벽 뒤나 참호 속에서도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 · 유럽 등 국방 선진국들도 자국 IT를 활용해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시간 전장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개인용 단말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전자 작전지도, 미세전자기계(멤스) 기술을 적용한 초소형 · 초경량 정찰용 무인로봇 등 최신 무기들이 여러 선진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확한 정보획득, 상황대처, 인명손실 최소화 등을 목적으로 무기 무인체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인 자율화, 전장 인지 · 인식, 원격 제어, 통신망 등이 무인 체계의 핵심 기술들이다. 각 부문들은 점차 복합 체계로 진화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군 무인화를 국가가 주도해야 할 6대 미래 기술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위험도가 높은 임무수행이 가능하고, 유 · 무인 복합 체계를 활용해 통합 전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 무인체계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무인함은 수상, 수중에서 장기간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전투까지 수행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항공 부문에서는 다목적용 고정익기, 정밀 감시정찰 등은 물론이고 단독으로 전투 수행이 가능한 무인항공기도 개발됐다.
선진국들은 무인화를 전투 지원의 개념을 넘어서 전투부대 자체를 무인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와 IT의 융합>
고유가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IT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에 세계 각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에너지소비 감소와 환경문제 해결에 강점을 지닌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란 기존의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에너지자원의 효율적 이용, 전력 예비율 확보와 전력망의 신뢰성 확보, 친환경 전원의 보급 확대 기반 마련, 무정전 · 고품질 전력서비스 제공 등이 스마트그리드의 주요 내용이다.
스마트그리드가 활성화되면 가정 및 산업 현장에서 전기 사용량이 줄고, 전기 품질 저하 비용도 감소된다. 전력 업체들은 신규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고, 송배전 손실감소 · 에너지절약 컨설팅 등 신규 시장도 창출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3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그리드 기술 시장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9% 성장하여 2030년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시장은 2020년까지 연 평균 32% 성장하여 42조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총2억30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고, 연평균 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또 74조원의 내수 시장도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구축 차원을 넘어 유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국가단위의 녹색 성장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우리나라는 G8확대정상회의 기후변화포럼(MEF)에서 스마트그리드의 선도국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MEF 스마트그리드 기술로드맵을 확정했으며, 올해 1월에는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초 미국 일리노이주와 스마트그리드 시범도시 공동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스마트그리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는데, 양측은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서 공동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고 시카고 등 일리노이주 거점 지역에 한국형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시범도시 구축을 완료하고, 2020년 광역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국가단위 구축이 완료된다. 세부적으로는 전력 IT 10대 국책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민관 공동으로 내년까지 2547억원이 투입된다. 기술개발 평균 진도율은 2008년 59.1%에서 내년까지 95%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기차 충전인프라시설, 전력용 대규모 배터리 등 신규 소요기술에도 연 350억원을 투자한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저압수용가(1800만호)를 대상으로 총 1조4749억원을 투자해 스마트미터를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양방향 통신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략적으로 스마트그리드를 육성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경기부양법(ARRA)에 따라 에너지부문에 편성된 예산 총 430억달러 중 45억달러를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 지원 예산으로 편성했다. 또 전자계량기 보급을 통한 스마트그리드 사업 활성화를 위해 미국의 전력 회사들에 예산 지원도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활성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 덕분에 관련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GE, IBM 등 대기업과 일본 도시바, 유럽의 ABB, 구글 등 IT업체들도 미국 스마트그리드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도 탄소배출 저감 및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해 EU 집행부내에 스마트그리드 추진 조직을 구축해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은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1조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EU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전원 보급 확대, 환경 보전, 태양광 에너지 보급, EU 국가 간 전력거래에 초점을 두고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스마트그리드 육성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총 70억파운드를 투입해 2020년까지 스마트 계량기(AMI) 보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은 스마트그리드를 미래 성장동력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남부 6개지역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2013년까지 80%수준으로 가정의 스마트 미터 설치를 규정하고 설비회사를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확산, 에너지 모니터링 및 에너지 효율화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인공섬을 조성해 조력, 태양광,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시티를 건설 중이다.
일본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 분산전력을 연결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쿄전력, 간사이전력, 미쓰비시전기 등 전력업체를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샤프는 간사이전력과 함께 올해 사카이시에 시범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도쿄전력과 히타치는 도쿄 공업대와 함께 관련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