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조용했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가 또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 초 중소 가맹점들 카드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기로 했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
중앙회는 최근 자체 조사 결과 `영세 가맹점 10곳 중 3곳에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지 않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앙회 측은 "금융위원회는 연매출 9600만원 미만인 영세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 설문 결과 29.5%의 영세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재래시장과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하고 지난 4월 카드사들이 이들 영세사업자 수수료율을 예정대로 크게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중앙회는 이번 조사를 통해 당초 약속한 수수료율 인하가 미흡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카드수수료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 결과 대다수 소상공인은 적정 카드수수료율을 현재 수준보다 훨씬 낮은 1.01~1.5%가 적당하고 응답했다. 중소기업들은 적어도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같거나 낮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와 백화점 가맹점 수수료율은 1.8~2.4%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카드 업계는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설문으로 이뤄진 조사 결과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원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따라 올해 들어 몇 차례 각종 수수료를 폐지ㆍ인하한 카드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는 일단 제기되면 카드사가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앙회 자료에 대한 신뢰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 업계는 국세청 자료를 근거로 수수료율을 일괄 적용ㆍ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회 설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회 측은 원자료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원자료는 조사 목적 외에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불똥은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까지 번지고 있다.
중기청은 중앙회에 앞서 중앙회 표본보다 훨씬 많은 2000여 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조사했다.
하지만 금융위, 금감원과 조사 자료만 공식ㆍ비공식적으로 공유한 채 발표를 안 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중기청 조사 결과도 실제 수수료를 크게 내리지 않았다는 중앙회 조사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기청이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중기청이 금융당국 눈치를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작년 하반기 이후 신설된 가맹점은 국세청 매출 자료가 10월 초에 확정되기 때문에 일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못 받고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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