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황금시장에 도전하라.”
요즘 재계 화두는 단연 컨버전스다. 제조 · 유통 등 전통산업은 첨단 정보기술(IT)을 만나 `퀀텀 점프`를 준비 중이다. IT업계도 정통 IT에서 컨버전스로 외연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세상도 바뀌고 있다. 정보사회를 넘어 스마트사회로 사회 패러다임이 재편되고 있다. 원동력은 컨버전스다.
이종산업이 만나고, 이종기술이 결합하면서 제3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스마트폰 · 스마트TV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기기(HW), 애플리케이션(SW), 유 · 무선 네트워크(NW) 등이 어우러져 `트라이버전스(Trivergence)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트라이버전스는 인간이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접속해 업무는 물론 생활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모바일오피스 · u헬스 · u러닝 · u홈 등 신종 서비스도 줄을 잇고 있다.
이미 IT산업과 의료 · 교육 · 유통 · 자동차 · 조선 · 건설 등 다른 산업 간 융합 트렌드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글로벌 IT기업들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IBM · HP · 오라클 등 다국적 기업의 주요 고객은 자동차 · 금융 등 비IT업종이 된 지 오래다. 컴퓨터 업체인 애플과 인터넷업체 구글이 휴대폰 · TV 등 가전업체와 경쟁한다. PC와 가전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홈 네트워크에서 격돌한다.
무한 경쟁은 컨버전스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세계 IT 컨버전스 시장 규모는 2012년 500조원을 넘어 설 전망이다.
인간과 디지털 기기, 심지어 사물까지도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트라이버전스가 급진전되면서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팽창 중이다.
다행히 IT 강국 한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와 건설 기술이 결합해 경기도 동탄에 세계 최초로 `u시티`를 상용화했다. 세계 1위 조선, 철강 산업 현장에도 생산관리시스템(MES) 등 IT 접목이 선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u헬스 · u러닝 등 새로운 컨버전스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컨버전스 시장의 매력은 산업 전 분야의 퀀텀 점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산업과 IT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등에 신천지가 열린다.
세계 최초로 u시티를 상용화한 우리 건설업체들은 낡은 토목업의 이미지를 벗고 첨단 브랜드로 도약 중이다. 통신 · 방송사들은 IT 서비스 등 이종산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병원 · 학원은 물론 중소 SW업체들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KT는 강남 세브란스병원과 u헬스 첫 상용 서비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온라인교육업체 메가스터디와 이투스 등은 모바일기기로 어디서나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u러닝 서비스를 이미 제공 중이다.
KT ·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이 방송 분야에 진출하고,KBS · MBC 등 방송사는 자동차와 통신을 접목한 텔레매틱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앞선 기술도 법 · 제도 장벽에 막혀 발전이 늦어질 위기다.
미국은 1996년 u헬스 발전을 위해 의료기관이 아닌 곳도 의료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국내는 아직도 이를 막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 취약계층에 한해 한정적인 원격진료 서비스를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의사들의 반대로 전망은 불투명하다.
u시티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으나, 운영비 문제를 해결할 수익사업이 여러 제도에 막혀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자가망 연계에 관한 정책도 정비가 안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경기 악화에 신규 u시티 사업을 잇따라 중단, 세계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다. 3D 전자지도, 공간정보시스템(GIS) 등 융합IT 인프라 예산이 대거 삭감되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도 인색한 편이다.
방송 · 통신 융합서비스인 IPTV에서 후발국인 홍콩에까지 뒤처진 것도 각종 규제와 법적 장치 미비 때문이다.
컨버전스가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이종 산업간 칸막이가 여전히 높은 것도 극복 과제다. 이종 산업간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우수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정경원 한국정보통신산업원장은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등 세계 수준 네트워크와 휴대폰 · 반도체 등 하드웨어 중심 IT강국을 유지해 왔다면 앞으로는 IT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산업과 컨버전스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며 “컨버전스 신 시장에서 성공여부가 차세대 IT 강국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