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씨는 요즘 아침이 매우 한가해졌다. 지금까지 엄두도 못 내던 헬스클럽도 다닌다. 아들 유치원 준비도 문제 없다. 재택 · 원격근무가 가능한 스마트워크 제도를 회사가 전격 도입했기 때문이다.
오전 9시, 거실의 스마트 TV로 팀 회의를 갖는다. 웹 카메라로 화상회의는 물론 전자칠판 기능으로 어려운 현안을 글로 써 가며 충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다. 회의 도중 잘 모르는 내용은 메신저로 몰래 동료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오전 10시, 고객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 인근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자료를 준비한다. 11시 고객과 미팅을 갖고, 오후 1시 이동 중 스마트폰으로 미팅 내용을 회사 동료들과 공유한다. 회사 동료들은 사무실, 스마트워킹센터, 재택근무 등 다양한 곳에서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볼 수 있다.
오후 3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들을 유치원에서 데리고 온다. 자녀가 숙제와 TV를 시청하는 동안 업무보고와 미진한 업무를 완료한다. 6시 현지 퇴근과 함께 자녀와 저녁 식사를 같이한다. 길어진 저녁 시간, 틈틈이 온라인으로 공부한 덕분에 다음달이면 MBA 학위도 받는다.
고혈압을 앓고 있는 고향 어머니에겐 u헬스 지킴이 서비스도 신청했다. 홀로 계시는 어머니가 혹시 건강상 이유로 쓰러지면 센서가 작동해 곧바로 병원과 K씨에게 알려 준다. 가끔 아토피가 심해진 아들 증상을 스마트TV를 이용해 원격 진료를 받기도 한다.
꿈의 스마트 라이프를 시나리오로 꾸며본 내용이다.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지만 이미 현존하는 기술로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스마트워크, 스마트헬스, 스마트러닝 등의 제도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이미 15~30%의 국민이 이 같은 혜택을 보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영업직 3만명 전원이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선 원격의료(u헬스) 시장이 전체 의료시장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시장규모도 30조원에 달한다.
네덜란드는 전국에 스마트워크센터 99개를 설치했다. 덕분에 500인 이상 기업의 91%가 원격근무 제도를 도입 중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올 하반기 스마트 TV까지 등장하면 재택근무, 원격진로, 원격교육 등이 거실에서 가능한 `스마트 홈 시대`도 본격화된다.
KT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TV는 올해 29만대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294만대로 대중화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TV는 친숙한 매체라서 폭발력이 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작도 간편해 노인, 장애인 등 정보화 소외계층도 스마트 라이프를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라이프는 사회문제 해결과 다양해진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 출산율 저하, 지구온난화, 범죄 위협 증가 등을 스마트 라이프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미국 뉴욕경찰은 이미 RTCC(Real Time Crime Center) 시스템을 통해 범인 검거율을 크게 높였다. 이 시스템은 용의자의 문신, 과거 범죄이력, 지도로 표시된 주소 등 시각화 정보를 일선 경찰에 즉시 전송해 과학적인 수사를 돕는다.
영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Fix My Street`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일이 관공서를 찾을 필요가 없어져 교통량 감소로 녹색성장도 가능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백인수 선임연구원은 “지금 세계 각국은 고령화, 출산율 저하, 개인별 다양성 증대, 사회안전망에 대한 욕구 증가,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국민 개인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복지, 지능형 사회안전망 구축 등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똑똑한 공공 서비스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스마트 라이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7년째 법제화조차 안 된 원격 진료가 대표적이다. 행정안전부가 외딴 섬 노인들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지만, 의료법에는 원격의료가 여전히 불법이다.
스마트워크 역시 대면 중심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도입율이 3%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워크를 도입하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직원들이 꺼리는 상황이다.
카이스트 권영선 교수는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춰 국민들이 다양한 유비쿼터스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법 · 제도와 문화적 장벽에 가로 막혀있다”며 “정부가 제도 개선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사회 곳곳에서 자발적인 스마트 문화나 시민정신이 싹터야만 우리 삶의 질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