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중심의 감시카메라 시대가 활짝 열렸다. 영상정보를 특정 사용자에게만 전달하는 기존의 CCTV가 주도하던 영상보안기기 시장 중심축이 네트워크 카메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네트워크 카메라는 TCP/IP 프로토콜로 영상정보를 저장하고 전송하기 때문에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어디서나 영상관제가 가능하다.
또 화소 수의 제약으로 선명한 화질을 얻지 못하는 아날로그 CCTV와 달리 네트워크 카메라는 영상정보를 디지털화해 100만화소 이상의 고화질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올해 세계 최대 규모의 보안전시회인 IFSEC2010에 참가한 소니 · 엑시스커뮤니케이션 · 삼성테크윈 등을 비롯한 주요 영상보안기업은 200만화소 이상 네트워크 카메라를 다수 선보여 영상보안 시장에 네트워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영상관제 OK=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하고 인터넷만 연결했다면 언제 어디서건 그 곳이 바로 영상관제실이 된다. 아날로그 CCTV는 설치한 구역 내에서만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네트워크 카메라는 인터넷 망을 통해 영상 전송 및 저장이 가능해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경계선을 허문다.
부산에 설치한 네트워크 카메라가 촬영하는 영상을 450㎞나 떨어진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망을 갖춘 만큼 국내에서는 네트워크 카메라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전용 동축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 아날로그 CCTV와 달리 인터넷 전용회선을 구축한 곳에서는 곧바로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해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실제로 한국주택토지공사는 지난해부터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는 감시카메라 전송수단으로 인터넷망을 채택, CCTV 전용 동축케이블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동축케이블로 영상을 전송하려면 카메라 대수만큼 동축케이블이 필요하지만, 인터넷전용망을 활용하면 여러 대의 감시카메라를 한꺼번에 연결하면 돼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카메라는 여러 지역에 따로 설치해도 인터넷망으로 연결, 한 곳에서 통합관제할 수 있다. 교통정보 · 방범 · 재난 등 기능별로 따로 관리해온 영상정보의 통합관리가 가능한 셈이다. 통합관제를 하게 되면 소수의 관제인력으로 여러 지역의 영상감시를 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014년까지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220곳에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는 데 총 22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공공기관 감시카메라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도 마련해 시행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제각각 설치하다보니 중복설치 및 운영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나 감시카메라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화질 영상으로 방범 효과=네트워크 카메라는 100만화소 이상 고화질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감시카메라는 41만화소(D1급)여서 영상이 흐릿하고 확대해도 사물을 정확하게 식별하기 어렵다.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당시 범인 강호순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감시카메라는 D1급 방범용 카메라가 아닌 120만화소 감시카메라였다.
올 들어 어린이 대상 흉악범죄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고화질 영상감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기본적으로 100만화소 이상부터 시작하는 네트워크 카메라는 아날로그 CCTV에 비해 뚜렷하고 선명한 영상 촬영이 가능해 방범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네트워크 카메라의 고화질 감시 영상으로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올해 초 서울시 은평구청은 자치구 인터넷 전용회선을 자가망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맞춰 방범용 고화질 네트워크 카메라 200여대를 설치하고 통합관제센터를 열었다. 전국 지자체도 통합관제센터 설립에 맞춰 고화질 네트워크 카메라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지능형 영상 분석 기능 유용=네트워크 카메라는 자동초점 · 지능형 줌 · 얼굴 인식 · 움직임 자동감지 · 양방향 음성지원 등의 지능형 영상 분석 기능을 갖고 있어 고화질 영상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깨알같이 찍힌 범인의 모습을 확대해 선명한 얼굴을 찾아내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현실에서 재현하려면, 고화질 네트워크 카메라가 필수다.
지능형 영상 분석 기술에는 움직이는 객체의 크기 · 모양 · 속도 · 방향 등을 잡아내는 모션 탐지 기능과 반대로 정차한 차량이나 폐기한 물체 등의 비 모션 탐지 기능이 있다. 석유비축기지처럼 사람 발길이 드문 곳에서 모션 탐지 기능을 활용, 움직임을 감지하면 경보를 울린다. 고가의 유물을 전시해놓는 박물관이나 보석점 등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비 모션 탐지 기능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이상 물체가 오랜 시간 움직임 없이 놓여있으면 이를 감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공항 · 전철 역사 등에 의도적으로 설치한 폭발물을 찾아낼 수 있다.
화폐의 일련번호나 자동차 번호판 등 특정 부분만 지정해 인지하는 기능도 있다. 고액의 현금이 오가는 카지노나 상점 등에서 투명한 현금관리를 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백화점 출입구를 드나들거나 상점 앞에서 잠시 멈추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이를 마케팅에 연계시킬 수도 있는 등 지능형 영상 분석 기능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네트워크 영상보안기기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