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산업의 허리를 떠받치는 벤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가에서도 어김없이 벤처가 경제 성장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들 신흥국에서는 `국가주도형` 벤처 육성 정책이 다각도로 펼쳐지는 게 특징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다양한 벤처캐피털(VC) 업체들이 나서 벤처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 신흥국들에서는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벤처 단지를 육성하고 자금을 투입하는 등 활발하게 정책을 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자본을 가진 VC들이 높은 위험을 무릅쓰고 큰 수익을 기대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방식의 투자를 감행하지만, 신흥국에서는 사적 영역에서 이런 방식의 투자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흥국들은 벤처 창업 열기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의 경우 모험과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대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고 대학인 칭화대 등 주변에 있는 벤처 육성센터를 지원하고 초기 창업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VC도 운영한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중관춘을 세계 최고 IT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비전도 내걸었다.
러시아 정부 역시 IT 벤처를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다. 모스크바 외곽에 구축하는 `하이테크 비즈니스 허브`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입주 기업들에게 세금 면제 등 확실한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정부 주도의 벤처 육성 정책이 자연스럽게 민간으로 확산됐다. 이스라엘은 부총리실 산하 수석과학관실(OCS)에서 주도적으로 IT 벤처기업 육성에 나섰다. OCS는 90년대부터 벤처 창업 펀드 `요즈마`를 만들었다. 2억달러로 출발한 기금은 현재 30억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벤처 펀드 지원을 받은 업체들은 대부분 성공해 벤처 자금이 대부분 회수됐다. 이같이 정부의 벤처 투자가 성공하자 민간 부문에서도 45개의 펀드가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된 벤처 업체만 240여개에 달한다. 이밖에 대만의 신죽과학단지 역시 정부 주도형 IT 클러스터의 대표적인 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