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사전적 의미로는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듦. 또는 그런 일`이다. IT 융합이란 IT를 기반으로 다른 종류의 산업이 녹아 서로 구별이 없도록 편리한 세상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첨단 IT기술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대, 적용되고 있다. 전통산업 및 식의약품, 유통과 물류, 농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 조선 · 항공 등 국내 주요 산업들도 다양한 형태로 IT의 융합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01년 버블붕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 있어서 GDP제고, 수출 경쟁력 강화, 물가 안정, 기술 리더십 제고 등 성장엔진으로서의 역할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IT 제조업은 세계 1위 수준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IT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기업, 소수품목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고용창출이나 소득 증대에서도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중국 · 대만 · 인도 등 신흥 IT국가들이 부상해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승승장구하던 우리 산업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그 사업들을 이관받은 지식경제부는 IT산업과 주력산업 간 융합을 추진하면서 `융합(컨버전스)`이라는 단어를 수면 위로 밀어냈다. IT 기술을 주력산업에 접목하는 것을 IT와 산업간 융합, 즉 IT 융합으로 정의하고 이들간 일원화를 꾀한 것이다. IT 융합은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신산업을 창출할 뿐 아니라 범부처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동력 육성 및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첨단융합 산업분야로 부상하게 됐다.
최근 LG연구원은 10대 미래기술 키워드로 △이동성 △세계-지역성(Glocality) △휴먼케어 △메가시티 △친환경 △대체 △감성 △창조 △규제준수 △윤리를 발표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는 국가가 주도해야 할 6대 미래 기술로 △지능형 인프라(IT 기술을 활용해 사회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술) △바이오 제약(단백질 · 유전자 · 세포 등 생체물질 자체를 치료제로 사용하는 기술) △청정에너지 △군 무인화(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는 첨단기술) △나노소재 △인지과학(인간이나 동물의 인지과정을 규명하고, 인간중심의 사회 구현하는 기술) 등 여섯 가지 분야를 꼽았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14대 R&D 분야의 통합기술청사진에서 9316개 핵심요소기술을 분석하여 총 159개 융합기술을 도출한 바 있다. 미래 유망 융합기술과 융합산업 분야를 도출하기 위해 신산업창출 가능성, 시장성, 기술경쟁력, 사회 기반성, 국가 전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요도를 산출하고 지수화했다. 이렇게 하여 159개 융합기술에 대해 중요도 지수를 산출, 그 점수에 따라 3개의 그룹으로 분류하여 20개의 핵심 융합기술을 도출했다. [표1 참고]
미래사회는 융합기술을 중심으로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고령화 문제 등 범국가적 당면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갈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융합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IT기술 강국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일들이 아직은 산재되어 있지만 미래는 융합기술에 의해 열리는 신산업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오늘이 바로 과거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이미 `융합으로 인해 똑똑해진 삶`을 살고 있다.
허정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