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낮은 기업도 ABS발행 쉬워진다

신용도가 투기등급(BB)에 속해 회사채 발행 등 자금줄이 꽉 막혀 도산위기에 놓인 중소건설업체 A사.

금융위기와 미분양 아파트 적체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사옥 등 보유 부동산은 아직 많다. 수개월 전 매물로 내놓은 부동산 몇 건만 팔려도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텐데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에 원매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런 BB등급 기업들도 이르면 내년부터 보유 부동산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권 등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또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 금융회사들 역시 보유 부동산이나 대출채권을 담보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판교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자금줄이 막혀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한 성남시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AB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ABS 발행 대상이나 절차와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입법예고하고, 12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10년 만에 관련 법률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것으로 계획대로 입법이 완료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ABS 발행 허용 대상을 △신용등급 BB 이상(현행 BBB 이상)인 기업 △국가나 지자체 △신협 등 여신규모 1000억원 이상인 서민금융회사 등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호산업 경남기업 동양메이저 벽산건설 풍림산업 삼호(BB+), 한국기술투자(BB), 온세텔레콤 성원파이프 이건산업(BB-) 등 중견기업들도 AB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좀 더 저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유동화증권 발행에 관련된 각종 제약이나 절차를 완화해 주는 게 개정법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ABS를 발행할 수 있는 주체는 금융회사와 공기업, 신용도가 BBB 이상인 우량 기업, 은행 농협 수협 등 대형 금융회사로 제한돼 있다.

특히 서민 금융회사 중에서는 현행 저축은행 외에 여신규모 1000억원 이상인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도 새로 포함돼 이들 금융회사 이용자들이 일부 대출금리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 <용어설명>

자산유동화증권(ABS:Asset-Backed Securities) : 금융회사나 기업이 회사채, 대출채권,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통상 자산 보유자보다 높은 신용등급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들의 부실채권 정리나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

[매일경제 이소아 기자/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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