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의 견인차였던 철도는 육상운송의 꽃으로 근대자본주의를 만개시켰다. 끊임없이 빨라지는 철도의 속도는 시간과 공간을 압축했고, 그에 따라 인간의 삶도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난 것 곰처럼 정체된 삶으로부터 변화무쌍한 동적인 삶으로 바뀐 것이다. 인간은 언제든 거리에 제한을 받지 않고 공간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철도는 근대화를 가져온 문명의 이기로서 산업혁명의 총아로 자리 잡았다. 근대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대동맥`인 것이다. 20세기 후반 고속철도의 등장은 시·공간의 압축을 통한 고속성장을 더욱 가속화했다. 국민의 생활과 국가경제의 영향력은 그 속도만큼이나 커지고 빨라졌다.
전국 주요거점을 일상 통근시간대인 1시간 30분대로 연결, 하나의 도시권으로 통합한다. 이달에 정부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한 `KTX 고속철도망 구축전략`이다. 한마디로 전 국토가 단일도시형으로 경제권화됨으로써 출퇴근이 가능한 것이다. 기존의 3차원 국토공간에 시간개념을 더하여 거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4차원적 국토관리 개념이다.
1905년 경부선 개통 당시 서울~부산의 운행시간은 30시간이었다. 120년이 지난 2025년 운행시간은 1시간 40분으로 약 20배 단축될 예정이다. 엄청난 사회적 변화와 지역경제발전, 그리고 이를 견인하는 교통혁명을 예상할 수 있다. 국민의 생활패턴이 변화되고, 교통체계도 합리적으로 재편될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정보의 흐름이 지방으로 빠르게 전달되어 지역 간 정보격차해소와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KTX를 통한 시·공간의 압축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즐겁다. 전국의 KTX 역에 특구가 지정되면, 이는 낙후된 지역경제 성장의 오아시스가 될 것이다. 상업과 문화의 복합공간이 조성되어, 철도 이용객들이 쇼핑과 문화를 즐기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복합환승센터가 건설되고, 역 주변 광역 · 급행교통망이 연계되어 도심 안에서 30분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KTX 역 공항터미널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다. 탈수도권을 꿈꾸는 `고속철도 통근족`이 등장하고, KTX 역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 붐이 일어나 신시가지가 형성될 것이다. 지방의 특화된 대학과 병원이 상호 연계되어 새로운 형태의 종합대학과 병원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새로운 주말레저문화도 생겨날 것이다. 지방의 지역개발계획과 연계하여 새로운 투자와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속철도 서비스의 혜택을 직접 받는 국민이 9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KTX 고속철도망 구축전략` 중 하나는 철도산업 육성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철도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철도시장도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이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를 인수하면서, `미래는 철도의 시대`라고 언급하였다. 자동차 · 조선 · 반도체산업과 더불어 우리경제의 향후 먹거리사업이 철도산업인 것이다. 10년 후 세계 철도차량시장은 36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철도인프라 시장의 규모는 더욱 크며, 이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등에서 강세를 보여 온 한국의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네 번째 고속철도기술 보유국이다. 2년 후에는 시속 430km 고속열차를 개발한다. 바이모달, 자기부상열차, 무가선 저상트램 등 다양한 열차도 개발 중이다. 한국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며, 세계를 선도하는 철도산업의 강국을 기대한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부장 hsna@kr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