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단순히 일부 마니아가 심취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의 현재를 되짚고 미래상-그것이 디스토피아든 유토피아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SF다. 실제로 수많은 SF 작품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 변화에 영감을 주고 있다.
`아톰`은 인간을 닮은 로봇을 제시했고, `타임머신`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당시 사회상을 비판했다.
SF가 사회 · 문화 및 과학기술의 발전에 미친 영향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작품이 바로 진 로든베리의 `스타트렉`이다. 경찰관 출신인 진 로든베리가 1950년대 중반부터 집필해 온 `스타트렉`은 TV 시리즈에서 출발해서 1979년부터 영화로 만들어져 11편의 영화 시리즈만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흥행작이다. 이뿐만 아니라 `트레키(Trekkie)`혹은 `트레커(trekker)`라는 거대한 팬덤을 형성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여러 번의 퇴짜와 몇 번의 수정, 주연 배우 교체와 같은 우여곡절 끝에 1966년 9월 8일 NBC에서 처음 방영된 `스타트렉`.
24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커크` 선장이 이끄는 우주 함선 `엔터프라이즈호`가 우주 항해를 하며 겪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이미 40여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스타트렉 속에서는 텔레포트, 개인용 통신장치, 인공지능로봇, 나노벌레 등 현대 과학기술이 구현했거나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인 수많은 첨단 기술이 등장한다.
닥터 매코이가 환자를 빠르게 진찰하던 기기인 트라이코더는 오늘날 MRI와 흡사하며, 대원 간 통신에 사용하던 핸드헬드 커뮤니케이터는 휴대폰과 같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1987년 등장한 `스타트렉: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D 호의 컨트롤 패널은 부드럽고 평평하며, 터치-기반의 컨트롤 패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아이패드(i-Pad)와 같은 스마트패드를 닮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스타트렉`에 등장한 과학기술이 얼마나 오늘날의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쳤느냐가 아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에 구현된 기술들이 인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하게 했다는 점이다.
`Beam up`이라는 한마디로 순간 이동을 하는 텔레포트조차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허무맹랑한 요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 과학자들은 양자전송을 통해 물체를 짧은 시간 안에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2012년 `스타트렉`은 새로운 영화 시리즈로 다시 한 번 전 세계 `트레커`들을 설레게 할 예정이다. 새로운 스타트렉은 또 어떤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할지 기대된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