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지도, 현실 반영 못하고 `낡은 기술지도` 전락

우리나라 국가 기술 발전 방향을 총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첫 작성된 `국가기술지도`가 최신 기술의 흐름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8년째 `낡은 기술지도`로 전락했다. 최근 바이오 · 나노 · 환경 · IT 등을 아우르는 NBIC국가융합기술지도가 마련되고 `과학기술미래비전2040`이 마련된 상황에서 2012년까지의 기술 발전 전략을 제시한 `국가기술지도`의 새로운 위상 정립이 요구된다. 정부와 출연연구기관은 최신 현황과 기술을 담은 새로운 미래 과학기술 로드맵 작성에 착수했다.

지난 2002년 국가기술지도를 작성했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 원장 이준승)은 미래기술 로드맵을 담은 국가기술지도 효용성이 모호해지면서 최근 이를 전면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작성된 지 8년 만에 처음이다.

8년 전 기술지도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방향성과 미래 IT ·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예측은 맞아떨어졌지만 핵심 기술에 대한 로드맵은 계획과 다른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2002년 11월 작성된 `국가기술지도`의 위성발사체 부문 `마크로 기술지도`를 살펴보면 100㎏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KSLV-Ⅰ(나로호) 위성발사체는 2005년까지, 1.5톤급 위성을 쏘아올리는 한국형발사체 KSLV-Ⅱ는 2012년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나로호는 2011년 3차 발사를 앞두고 있고 KSLV-Ⅱ는 2020년 발사를 목표로 8년이나 연기됐으며, 올 초 개발에 착수했다. 2002년 기술지도보다 한참 지연된 일정이다. 이는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지연 변수들이 발생하고 정책적인 조정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지식, 콘텐츠 등 관련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당장 2~3년 앞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 분야들도 로드맵의 정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KISTEP으로 자리를 옮긴 박군철 부원장은 “국가기술지도를 관심을 갖고 검토했는데 중간 중간 손을 안 본 탓에 `낡은 지도`였다”며 “우선 기존 지도를 면밀히 분석한 뒤 이를 총체적으로 손질하는 방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 KISTEP 기술예측센터 박사도 “원래 기술지도를 도출할 당시만 해도 3년에 한번 정도는 중간 점검을 하기로 했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중간 검토가 없었다”며 “현재 수립 중인 과학기술미래비전 등과의 연계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국가기술지도`=지난 2002년 한정된 R&D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향후 10년간 전략적으로 육성할 사업을 도출해낸다는 목표 아래 정부가 수립한 자료다. `정보·지식·지능화 사회 구현` `건강한 생명 사회 지향` `환경-에너지 프런티어 진흥` `기반주력산업 가치창출` `국가안전 및 위상 제고` 등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49개의 전략제품 · 기능별 마크로 기술지도를 만들었다. 99개 핵심기술에 대해 특성, 실현시기, 확보방안, 개발 목표와 일정 등이 반영된 세부 기술지도도 작성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