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John).` 올해 29세인 김동신 파프리카랩 대표 명함 전면에 홀로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단어다. 김 대표의 공식 사내 호칭이기도 하다.
이유를 묻자, `조직 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들었다. 정리하면, 후배 직원이 선배에게 `팀장` `부장` 등의 호칭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선배는 후배의 말을 성의껏 듣지 않게 되고, 후배도 주눅이 든다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이 당차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꺼내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저녁 출범한 `YES(Young Entrepreneur Society) 포럼` 초대의장을 맡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CEO들의 모임이다. 벤처 붐이 10년가량 지난 만큼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정립할 필요가 있고, 이를 그들 시각에서 써 보겠다는 취지다. 모임에는 1세대 벤처인들도 다수 참여하지만 이들은 신세대 CEO들이 나아가는 데 서포터 역할만 한다.
김 의장은 그들만의 기업가 정신으로 글로벌 시각을 들었다. 과거 벤처인들과 달리 요즘 신세대 벤처 창업가들은 해외 경험이 많고 또한 외국인들과 재학시절부터 경쟁해 왔다는 것. 김 의장 말대로 `우리는 해외 경쟁자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관련 “관악산과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을 위한 장비는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시장 위주가 아니라 과감히 세계 시장을 보고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내수시장에서 성공해 해외로 나가는 순서가 아닌 국내 시장에서 통하지 않더라도 글로벌에 먼저 어필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선배 벤처인과 선을 긋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이뤄낸 경험 · 노하우들을 신세대 시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브라질 · 독일 등 축구 강국은 선수가 바뀌어도 경쟁력은 계속 유지됩니다. 체화된 경험치의 이전 그리고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된 문화와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닷컴버블기에 탄생한 기업들은 사회에 많은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선배 기업인들의 경험과 문화가 새로운 기업가들에 연결된다면 우리나라가 기업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의장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에너지는 분산되면 사라지지만, 한 곳에 응집되면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의견과 배움을 나누고 기업을 일궈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에게 기업가로서 희망과 도전정신을 심는 역할도 한다. 김 의장은 “젊은이들은 스타를 좇아간다. 지금 스타는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성공사례와 희망의 문화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업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이라고 배웠다”며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훌륭한 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포럼 의장으로서 새로운 기업가 정신 정립 필요성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국가를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