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가 똑똑해진다.`
교통과 IT를 결합한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가 차세대 컨버전스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존 도로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해보자는 고민에서 비롯된 ITS는 `도로혁명`이라 불릴 만큼 한국의 교통체계를 바꾸고 있다.
◇출발에서 도착까지…스마트 도로가 뜬다=1세대 ITS는 고속도로 전역에 구축한 고속도로교통관리시스템(FTMS)이다. CCTV, 차량검지기, 도로전광표지, 교통량 조사장비 등을 일컫는다. 과거의 ITS가 단순히 교통상황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다면 `ITS 2.0`은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뒤 가공과 해석 작업을 거쳐 운전자에게 똑똑한 운전습관을 안내하는 나침반으로 변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톨게이트에 정차할 필요 없이 통행료를 지불하는 무인 요금지불시스템(ETC:Electronic Toll Collection)인 `하이패스`이다. 하이패스는 현재 전국 주요 지 · 정체 구간 1050㎞에 구축돼 운영 중으로 지난해 기준 전국에 340만대가 보급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754㎞를 추가로 구축한다. 교통정보의 정확성도 9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공사는 또 ETC 전용차로만을 설치한 무인(無人) 인터체인지인 스마트 인터체인지도 구축한다.
도로 교통상황을 촬영하는 CCTV 영상도 HD급의 고화질로 변신한다. 오는 2013년 `디지털 방송 특별법` 발효에 대비해서다. 이제는 교통방송을 통해 HD급 고화질의 교통정보는 물론 디지털 영상자료 분석을 통해 더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공사는 이 같은 `스마트 하이웨이` 구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오는 2012년까지 약 2조1000억원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10년간 20만3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사는 지난해 ITS사업으로 IT분야에서만 1800억원의 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진회하는 ITS=우리나라 ITS의 기술 수준은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하이패스는 시속 160㎞의 고속주행 중에서도 끊김없이 통신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전국이 호환되는 교통카드인 `원 카드 올 패스` 사업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한국은 아직 국제표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으로 전국호환국가표준을 마련해, 이 분야 기술표준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이웃 일본은 소니의 에디(Edy), 동일본 철도의 수이카(Suica) 등이 개별적으로 교통카드 시장을 형성한 상황이다. 미국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교통카드 도입도 미진하다. ITS의 디지털화가 상당 부문 진척됐다는 점도 우리의 강점이다. 정부는 올해 현장과 센터 설비의 54%를 디지털 기반으로 개선하며 오는 2013년까지 전 구간으로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ITS 해외 수출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한국도로공사는 앞서 콜롬비아 4개 도시에 ITS 구축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바 있고 베트남 호치민 · 쭝릉 등 6개 해외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결합한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로 진화를 모색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스마트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활용한 참여형 교통정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PC나 IPTV로 도로 교통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운전자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스마트폰으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음성이나 문자로 행선지를 입력하면 현재 위치, 이동경로 등에 따라 같은 행선지 운전자와 자동으로 `자동차 친구(길벗)` 그룹으로 등록된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른바 운전자 간의 `집단지성`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길이 왜 막히고 어디까지 막히는 지 등 생생한 교통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공사는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한 500여개의 주요 구간 CCTV 영상도 함께 제공한다.
◇서로 다른 통신기술 표준문제는 해결과제로=장밋빛 미래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업계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국토해양부와 경찰청이 서로 다른 통신표준 방식을 채택해 정보간 연동이 안 된다는 점을 꼽았다.
국토부는 현재 교통정보자료수집시스템(ATMS:Advanced Traffic Management System) 구축 사업을, 경찰청은 오는 UTIS(Urban Traffic Information System)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두 사업은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통신표준이 다르다. 국토부의 ATMS 사업은 하이패스 단말기로 차량 교통정보를 수집 · 배포한다. 단거리 전용통신(DSRC) 방식으로 교통 정보가 이동한다. 경찰청이 추진하는 UTIS 사업은 무선기지국, 차량에 탑재되는 전용단말기, 내비게이션 세 가지로 구성되며 무선랜으로 교통정보가 이동한다. 두 사업 모두 차량의 동선을 DB화해 전체 도로상황을 파악하지만 정보가 서로 연동되지 않아 정확한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일본은 DSRC 방식의 단일표준으로 ITS를 구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의 ATMS 사업과 UTIS 사업이 겹치지만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 국가 차원의 통신표준을 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국가별 ETC(하이패스)시스템 운영현황
[연도별 1인당 국민소득 및 차량대수 추이]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