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0년 뒤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로 먹고살 수 있을까. 20년 뒤에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공급받는 전기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30년 뒤에도 지금처럼 부담 없이 온실가스를 내뿜는 자동차를 타고 다닐 수 있을까.
대답은 `글쎄`다.
지난 50여년간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반도체 · 자동차 · 중화학 · 조선 · 철강 등의 분야에서 연신 세계 최강자로 도약하면서 신흥 경제 강국 대열에 올라섰지만 앞으로 50년은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며 머뭇거리다간 우리가 했던 방식대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 인도 등 개도국들의 기세에 밀려 경제 강국이라는 간판은 10년 20년이 아니라 당장 5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세계적 환경규제 패러다임은 에너지집약산업 중심인 우리 산업계의 체질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의 국가적 먹거리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성장엔진으로 등장한 것이 녹색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녹색산업 육성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8년 8월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천명하고 △녹색기술의 신성장동력화 △녹색일자리 창출 △기업의 녹색경쟁력 강화 등 범정부 차원의 녹색정책 개발 및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아직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분야라는 메리트는 우리나라가 녹색산업이라는 벤처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한승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이사회 의장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밖에 없지만 대한민국에 있어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걸어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녹색강국이라는 거대한 산을 점령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도전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녹색산업에서 새로운 거대시장이 열리고 있다=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액센츄어코리아 김희집 대표는 최근 공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녹색산업 시장은 2020년 현재의 3배인 1조8000억달러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녹색산업 시장은 약 60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망대로 10년 후 1조8000억달러 시장이 되면 지금의 자동차시장(1조 6000억달러) 규모를 넘어서게 된다.
김 대표는 “과거 IT산업이 새로운 부를 창출했듯이 향후 10년간은 녹색산업이 커다란 부를 창출하는 동력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환경친화적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녹색산업의 가장 큰 매력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있다. 대부분의 녹색산업 분야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도전해볼만한 먹거리가 널려있다는 것이다.
`그린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미국 시장 판매대수는 2003년 5만대에서 4년 만인 2007년에 30만대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2020년께 하이브리드카 · 전기차 등의 그린카가 미국시장에서만 한해 400만대 가량 팔릴 것이라는 예측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2001년 20억달러(2조3000억원) 에 미치지 못했던 LED 시장은 지난해 60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100억달러(11조8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세계 D램시장 규모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독일 포톤컨설팅은 내년 전 세계 누적 태양광 시장 규모가 14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풍력전문가들은 세계 풍력발전시장 규모가 2년 후에는 조선시장을 능가하고 5년 후에는 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감축 실적을 거래하는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은 2008년 기준 1263억달러(약 160조원)의 거대한 규모로 성장해 있다. 올해엔 150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처럼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 수 있는 거대 규모의 시장이 녹색산업 분야에서 속속 열리고 있으며, 대한민국 녹색벤처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녹색강국 대한민국의 주인공은 녹색벤처=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 천명 2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녹색성장 분야에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성세대의 성취 위에 또한번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능가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녹색경제시대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도 많이 탄생할 것”이라며 “산업화 · 정보화시대와 달리 대한민국의 원천기술로 세계를 주도하는 제2, 제3의 삼성 · 현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를 위해 앞으로 녹색산업부문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대표 주자들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 · 중견 전문기업이 많이 등장해 우리 기술과 소재로 세계 시장에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을 녹색성장의 중심축으로 잡았다. 벤처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야 녹색 성장에 탄력이 붙으며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는 판단이다. 녹색 벤처기업은 2009년 기준 1785개로 전체 벤처 업계의 9.5% 수준이다. 정부는 녹색 전문기업을 육성해 그 비중을 높여가는 한편 고부가가치 사업영역으로 체질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녹색 인증 기술의 제품 매출액이 총매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녹색전문기업을 분야별로 에너지 효율향상 부문 450개, 친환경 부문 300개, 신재생에너지 부문 250개 육성을 목표로 한다.
또 중소기업의 녹색 R&D 지원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국가 기술 로드맵을 분석, 3년 주기로 태양광 · LED 등 9대 분야에서 중소기업형 유망 녹색기술 200개를 선정해 관련 기업을 육성한다. 선정된 기업에 R&D 지원을 연차적으로 확대하고, 디자인 개발 등 사업화 단계에 필요한 R&D 비용과 자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은 “녹색산업분야는 중소 · 벤처기업에게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많이 있는 만큼 정부가 획기적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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