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경기 회복을 이끈 LCD 패널과 D램 반도체 가격에 최근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LCD 패널 가격이 지난 7월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여기에는 유럽의 경제위기에 중국의 LCD TV 수요 증가 추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 컸다. D램 반도체 가격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LCD와 반도체가 처한 상황을 분석해본다.
◆ LCD 공급과잉 원인…당분간 하락 대세
올해 들어 호황을 구가하던 디스플레이(LCD패널 등) 시장에서 2분기 말부터 공급과잉이 불거져 가격이 하락하고 업체들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인 10~11월의 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시장 전망과 LCD 업체의 올 성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은 태블릿PC를 비롯해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장악하고 원가경쟁력을 높여 대만 업체 등과의 거리를 더욱 벌리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8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6월 이후 LCD 패널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CD TV용 46인치 패널의 경우 지난 5월 428달러 수준이던 것이 △6월 423달러 △7월 413달러 △8월 395달러 등으로 내려가 이달 초에는 388달러까지 하락했다. 특히 7월 이후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LCD 모니터용 20인치 패널의 경우 지난 5월 84달러이던 것이 이달 초에는 64달러까지 내려갔다. 또 같은 기간 노트북 컴퓨터용 와이드형 14인치 LED 패널의 경우 60달러에서 49달러로 하락했다.
1분기기까지 호황을 유지하던 LCD 시장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은 유럽 경제위기와 중국 시장의 정체 등으로 인해 패널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세트(완제품) 업체들이 경기 회복에 대비해 TVㆍPC용 패널 등을 많이 주문해 놨었는데 유럽위기 등으로 판매가 예상보다 원활하지 않자 재고가 쌓였고 이에 따라 패널의 공급과잉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공급과잉이 발생하자 3분기부터는 패널 업체들의 감산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 업체들은 7월부터 감산을 시작해 9월에는 15~25%가량 감산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일본 샤프 등도 감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코리아 사장은 "대만 업체들의 일부 라인은 가동률이 50%대로 내려갔다는 관측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감산은 한국 업체도 피해갈 수 없지만 대만ㆍ일본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덜한 편이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까지 100%의 가동률을 유지하다가 3분기에는 평균 90% 초반대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4분기에도 감산할지 여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게 LG디스플레이의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향배는 연말 연초 수요 등을 대비해 세트 업체들이 패널을 주문하는 10~11월 성수기에 달렸다는 견해가 많다.
◆반도체 일시적 수요 감소…곧 회복될듯
`가격은 하락세지만 LCD처럼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2~3년 전처럼 가격 약세에도 무한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은 없을 것이다.`
대다수 반도체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8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4월만 해도 3달러대에 머물던 D램 반도체 주력제품(DDR3 1Gb)의 현물(스팟)가격이 8일 현재 2.3달러까지 하락했다. 불과 5개월 만에 23%가량 떨어진 것이다.
가격이 이처럼 내리막길을 걷는 최대 이유는 수요 감소다. D램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인 PC를 보자. PC 수요는 올해 1분기에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했으며, 2분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23%가 늘었다.
그러나 PC 수요 증가율은 이번 분기와 다음 분기에는 한 자릿수에 머물 전망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들도 올 한해 PC 수요 증가율을 최소 20% 이상에서 16%대로 낮췄다.
다만 대만업체를 비롯한 D램 제조사들이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알고 공급 물량을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D램 메이커들이 시장붕괴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D램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대만업체 등에 비해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에서 앞서 한결 여유가 있는 표정이다. 오히려 대만업체들을 따돌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은 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SMS포럼에서 "4분기에 D램의 공급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이는 세계 경기에 따른 것이고 삼성은 일반, 모바일, 서버, 그래픽 등을 모두 커버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가격하락 폭이 큰 제품은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이며 모바일기기, 컴퓨터서버, 그래픽용으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최춘엽 하이닉스 마케팅본부 상무는 "기업들이 PC를 바꾸기 전에 서버를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고성능 서버를 제조할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그래픽용 D램이나 모바일용 D램도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반도체 가격이 지금보다 오르지는 않겠지만 경쟁관계를 고려하면 폭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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