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최저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뒤로 묻혀 버린 듯 하지만, 이번 207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facelift`라는 말 그대로 얼굴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쫙 벌어진 입`이라고 표현되는 특징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기존 모델과 나란히 세워놓지 않으면 차이를 잘 모를 수도 있다.
잘 보면 입모양이 달라졌다. 가로선을 강조해 조금은 점잖아진 인상이다. 삐져나온 이빨처럼 보였던 안개등을 바깥쪽으로 따로 뺀 것도 한 몫 한다. 검정색이었던 뒷 범퍼 가로선은 차체 색으로 바뀌었고 테일램프에는 LED를 `ㄷ` 모양으로 배열해 한층 세련된 느낌이다. 이 부분 역시 전보다 가로선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도어 몰딩에는 크롬 라인이 추가되었고 휠 모양도 5스포크로 바뀌었다. 예전 휠도 잘 어울렸지만 이제 좀 더 스포티해진 인상이다. 전체적으로는 은근히 세련되어진 느낌이다.
사이드미러 아래쪽에는 한정판임을 알리는 `밀레짐200` 스티커가 붙는다. 푸조는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이했다. 밀레짐(Millesim)은 프랑스어로 `우량한`, `유서 깊은`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밀레짐 207은 하드탑 오픈카인 207CC와 이번에 시승한 207GT를 합쳐 200대만 한정 판매된다. 이번에 시승한 밀레짐 207GT의 가격은 2590만원이다. 푸조 207GT의 국내 첫 출시 당시 가격이 2950만원이었고, 나중에 3100만원으로 인상되었던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가격인하다.
그 비결을 찾다보면 기존의 가죽 실내 마감을 직물로 대체한 것이 가장 쉽게 눈에 띈다. 직물과 가죽의 혼합이었던 시트는 직물로 바뀌었다. 아무리 수입차라지만 소형차에서는 어색하지 않다. 그래도 꼭 가죽시트여야 한다면 옵션으로 선택하면 된다. 그 외에는 주행안정장치인 ESP, 코너링 램프, 프로젝션 램프, 실내 방향제 기능, 알루미늄 페달, 안쪽 팔걸이 등이 기존 모델 대비 생략된 부분이다.
그 동안 207GT가 자랑해왔던 나머지 풍부한 사양들은 그대로 가져왔다. 크루즈컨트롤, 스티어링휠 오디오 리모컨, 오토헤드라이트, 오토와이퍼, 그래픽 화면을 포함한 후방 주차센서, ECM 룸미러, 화장거울 조명, 좌우 독립 온도조절 에어컨, 상세한 트립컴퓨터와 설정기능 등등. 저가형 수입차는 물론 훨씬 비싼 수입차들에서도 빼먹는 사양들이 수두룩하다.
1.1㎡ 널찍한 면적을 자랑하는 유리지붕도 물론 여전하다. 유리창은 전 좌석 모두 원터치로 여닫기가 가능한데, 이번에는 리모컨으로 여닫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살짝 건드리면 세 번 점멸하는 깜빡이 레버의 조작감은 국산 고급차들이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내비게이션은 원래 옵션이었고 시트 열선 기능도 원래부터 없었다.
207GT의 1.6리터 가솔린 엔진은 푸조와 BMW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미니 쿠퍼와 같은 120마력을 낸다. 시동음이 쾌활하고 주행 중에도 경쾌한 소리를 내지만 미니만큼 시끄럽지는 않다. 대신 몸놀림이 미니만큼 가볍지 않은 것은 4단 자동변속기가 발목을 잡기 때문으로 보인다. 익숙해지면 어지간한 도로에서는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다.
제원상 0-100㎞/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11.4초이고 최고속도는 190㎞/h. 100㎞/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2900rpm정도인데, 회전수에 비해 소음은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다. 승차감이 차 크기에 비해 편안하고 고속에서도 안정적이다.
소음과 진동 면에서도 듬직한 면이 있다. 특히 하체가 매력적이다. 요철이 심한 노면을 만나면 그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주는데, 그러면서도 움직임은 기민하다. 코너에서는 일부러 심하게 방향을 틀어도 불안한 감 없이 잘 추종한다.
밀레짐 207GT는 엔진 자체의 회전저항을 줄이고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타이어로 구름저항을 줄였으며 차체의 공기저항을 낮춰 연비를 개선했다. 우리나라 공인연비도 12.4㎞/L에서 13.8㎞/L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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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