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하는 3D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의 주인공 `그루`는 극악무도한 악당이 되기로 결심하는 과학자다. 그루는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파리에 있는 에펠탑,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 전 세계의 명소들을 훔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빈번히 진품이 아닌 축소품을 훔치는데 그쳐 악당으로서의 체면을 구긴다.
그런 그가 계획을 세운 인류 최고의 `악당질`은 달을 훔치는 것이다. 사실 과학도를 꿈꾼 그에게 달은 희망이자 꿈이었다. 그루는 이 말을 가장 좋아했다. “이 한 걸음이 나에게는 작은 발걸음일 뿐일지라도 인류 전체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 20일 지구인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의 명언이다. 하지만 과학자의 꿈이 좌절된 후, 그는 악당이 되어 버렸고 달을 훔친다고 나선다.
그루 일당이 달을 훔치는 방법은 누군가가 만든 물체 축소기를 훔쳐 달까지 날아간 뒤 기계를 활용해 달을 작게 만들어 가져오는 것이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달을 축구공만큼 작게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질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달을 줄여 우주선에 싣고 지구로 돌아오려면 달의 질량을 움직일 만큼의 엄청난 추진력이 필요한 것이다. 설령 그런 추진력으로 달을 가져온다 해도 지구와 달이 서로 당기는 만유인력은 여전하기 때문에 지구 위에 달을 놓아둘 순 없을 것 같다.
여차저차해서 달을 누군가 훔쳐갔다고 가정하자. 조수간만은 없어지고 바닷물은 지구 형태에 맞춰 평평해진다. 이 때문에 북극과 남극의 수면은 더 올라가게 되고 물에 잠긴 빙하는 급속하게 녹아 온 인류는 수해를 입게 된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는 우주 안 태양계의 평형에 달이 기여한 효과가 사라지게 될 것이고, 조금이라도 그 평형이 깨진다면 지구의 생물 존재는 일단 역사를 끝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런 상상은 달빛이 인간에게 줬던 낭만적인 문학적 영향력과 달이 인간에게 주었던 수많은 상상력과 꿈을 제외한 `과학적` 이야기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