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G밸리에 퍼지는 신벤처문화

벤처 거품이 꺼진 이후 `중소 벤처`는 일반적으로 “힘들고 어려우며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많은 청년들이 중소벤처보다는 대기업과 공기업에 매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G밸리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젊고 진취적인 경영기법이 도입되면서 소규모 벤처에서도 신나게 일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급여와 복리후생 부분에서의 처우 개선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만연했던 퇴직금과 성과금이 포함된 연봉제, 추가수당 없는 야근 및 주말근무와 같은 악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토요일 일요일 주말에 쉬는 것은 이제 당연시되고 있으며, 직원 3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임에도 야근 수당은 물론이고 무제한 간식비 지원, 심지어는 대기업에서 도입하는 선택적 복리후생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다.

IT서비스기업이 다수 밀집한 G밸리 특성상 기업 문화도 톡톡 튀는 곳이 많다. 사내에 카페테리아를 마련한 곳이 다수며 게임장과 당구장, 극장 등의 저마다 독특한 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한경희생활과학` 등 중견기업 규모의 회사들은 `아이디어 경영`를 도입하며 대기업 못지않은 인센티브 제도를 실행하는가 하면 `휴넷`과 같은 직원 100명 안팎의 회사들은 장기 근속자에게 한달간 학습휴가 등 파격적인 자기개발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직원 50명 안팎의 `클립소프트`는 매년 연말만 되면 전 직원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중소벤처가 많은 G밸리에 이러한 독특한 문화가 늘고 있는 데는 젊은 CEO들이 신세대 직원들과의 세대공감을 통해 과거 팍팍한 인사관리 경영을 답습하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성과 위주의 효율적인 신바람 경영을 속속 도입하는데 이유가 있다. 중소벤처의 인재상이 점차 `함께 고생하며 회사에 충성하는 사원`에서 `재밌게 일하며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원`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은 직원교육에 인색하다”는 편견조차 무너지고 있다. 직원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해외 견학을 추진하는 회사가 늘고 있으며, 매년 직원들의 업무외 공부시간을 지정해 성취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곳도 있다. `넥서스커뮤니티`의 경우 외국인 강사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해 직원들의 어학 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신벤처문화는 기업 내부를 넘어 G밸리 도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가을만 되면 G밸리는 풍성한 축제의 거리로 변한다. 벤처인들이 넥타이를 메고 G밸리 도심을 달리는 `넥타이 마라톤대회`는 명물이 된지 오래다. 여기에 거리 곳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서울 국제 초단편영상제`도 G밸리에서 열린다. 연말이 다가오면 오색찬란한 빛이 빌딩을 수놓는 점등식이 곳곳에서 열리고 지식산업센터 입주사들이 한데 모이는 호프데이도 판을 벌인다. G밸리는 과거 업무만을 위한 삭막한 산업단지에서 산업, 젊음, 문화가 함께하는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