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에 사는 이모(49)씨는 최근 노래방을 창업하면서 법무사나 공무원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두 해결했다. 관공서를 방문하지도 않았다. 온라인 ‘민(民)박사 시스템’이 척척 알아서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민박사는 노래방 인·허가 대상지, 이씨의 신상정보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니 준비해야 할 민원서류를 한 번에 알려줬다. 사전심사와 민원신청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해 안방에서 모두 해결했다. 사전심사에서 민원처리 과정마다 자신의 휴대폰으로 결과가 바로 전달돼 창업 준비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음식점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이씨는 “예전엔 창업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무엇인지 몰라 애를 먹었는데 인터넷에서 모든 방법을 알려주니 창업하기가 너무 쉬워졌다”고 말했다.
충주시는 앞으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민박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새해부터 ‘민박사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산할 방침이다.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제공하는 ‘스마트정부’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스마트정부는 국민에게 시공을 초월한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국민 서비스의 혁명을 의미한다. 또 공무원의 현장 중심업무를 강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정부의 생산성도 높여준다.
한국은 이미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기술력과 노하우에서 앞서 있다. 차세대 전자정부 전략으로 스마트정부 액션플랜도 속속 수립되고 있다.
스마트정부는 접근방식이 기존 공공서비스와는 크게 다르다. 우선 주체가 정부에서 국민으로 넘어가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정부가 정한 시간에 지정된 관공서에서 보던 민원을 이젠 국민이 원하는 시간에 지역이나 매체에 상관없이 처리할 수 있다.
또 이사·결혼 등 집안 대소사가 발생할 때마다 일일이 제출해야 했던 민원서류를 관공서 1회 방문 또는 무방문으로 일괄처리할 수 있다. 행안부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민원서류 일괄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국토해양부는 20여종의 부동산 민원서류를 하나로 통합하는 부동산 공부 일원화 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한다.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도 똑똑해져야 한다. 그동안 사무실에서 처리하던 업무를 민원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후 복구 위주의 업무도 사전예방으로 바뀐다. 정부가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던 민원 해결방식도 양방향으로 서로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해외에서는 영국 법무부가 후원하는 ‘픽스 마이 스트리트(Fix My Street)’라는 공공서비스에서 이 같은 방식이 구현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모바일 인터넷, 위치기반서비스, 민원센터 등이 결합한 것이다. 일반인이 위치정보, 사진이 포함된 민원 정보를 공무원에 모바일로 전송하면 공무원이 즉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다시 보내준다.
미국 여러 주 정부에서도 스마트폰·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을 이용해 범죄예방, 긴급구조 등의 실시간 민원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같은 스마트정부는 모바일 기반 업무 프로세스가 정착돼야 가능하다. 특히 행정안전부가 2015년까지 전체 공무원의 30%까지 확대키로 한 스마트워크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마트워크는 행정기관 세종시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과도 맞물려 더욱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이동하면서도 얼마든지 업무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기반 업무가 뿌리를 내리려면 선결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보보호 문제다. 해킹이나 정보유출에 취약한 정보기기에 대한 대안 마련이 급선무다.
모바일 업무가 가능한 직무 분석이나 인사상 불이익 최소화 방안도 필요하다.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은 “스마트워크가 가능한 직무분석이 정확하게 이뤄져야 적용 범위도 명확해진다”며 “눈도장 찍기식 일하기가 아니라 개관적인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인사제도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격 근무자의 저임금 계약직, 임시직화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공무원 노조의 반발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때문에 정부 고위급 인사가 스마트워크를 솔선수범하면서 조직문화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