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인류 존속의 열쇠, 지속가능과학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은 불과 3년 뒤인 2013년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를 정전시킬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영화 `2012`나 `노잉`에 나타난 끔찍한 지구의 종말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얼마 전 영국 기상청은 올해 지구가 가장 뜨거워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후변화와 엘니뇨에 따른 태평양 열대지역 온도상승 효과가 발생해 장기간 평균기온인 14.0℃보다 0.58℃ 높은 14.58℃에 이른다는 전망이었다.

수백만년 전 인류가 탄생한 이래 기술의 발전으로 진화해온 인류는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까. 최근 인류는 기후변화와 불확실한 금융 환경,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등으로 이러한 물음에 직면했다. 그리고 다음 세대가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열쇠로 `지속가능과학`이 화두로 부상했다.



지난 1987년 `환경및개발에대한세계위원회(WCED)`는 처음으로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미래 세대들이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능력을 제한받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다.

지속가능발전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이유는 지구촌의 글로벌화와 환경의 복잡성, 갈수록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 등이다. 이런 복잡성이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가장 강력한 구원자로 `과학`이 주목받았다.

◇지속가능과학, 불확실성 해소=지속가능과학이란 넓게 볼 때 `인간이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경제, 사회, 환경과 과학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혁신 체제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됐다.

자원을 이용할 때 보다 생태적 효율성이 높고 환경보전 능력이 뛰어난 기술을 연구하거나 그것이 인류의 존속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지속가능과학은 서로 다른 학문과 영역의 `통합`과 `융합`이 핵심이다.

경제, 사회, 환경,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인류가 개별적으로 발전시켜온 인류학, 생물학, 생태학, 경제학, 환경과학, 지리학, 역사학, 심리학, 법학, 농학, 통계학 등에서 획득된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통합적 진단과 분석을 해야 한다.

◇전 세계는 지금 지속가능과학에 주목=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정부와 대학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활동과 정책 수립을 활발히 추진했다.

미국은 2000년에 국가과학재단(NSF) 지원 아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지속가능과학프로젝트`를 개설했다. 미 아리조나주립대학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가능학사 프로그램`을 개설했을 정도다. 전체 120학점 중 지속가능과학과 관련된 과목들, 이를테면 `지속 가능한 도시 다이나믹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원 및 기술` `지속가능시스템 정책 및 거버넌스` 등을 39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일본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추진하는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아래 도쿄대학 등 5개 대학이 참여하는 `지속가능과학을 위한 통합연구시스템(IR3S)`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UN에서도 2005년부터 2014년까지를 `지속가능발전 교육`을 위한 10년으로 규정했다.

◇14일, 지속가능과학회 창립=지속가능과학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에서도 14일 `지속가능과학회`가 창립됨으로써 관련 연구활동과 정책 수립에 시동을 건다.

학회 창립 배경에 대해 박성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은 “지난 2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산하 지속가능과학관련 포럼에 참석해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한국에도 이를 도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이와 관련한 기획연구를 중심으로 학회 설립을 준비해왔고 이제 결실을 맺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속가능과학이 `융합학문`이라서 전공 분야가 다양한 만큼 84인의 발기인도 나이, 직업을 고르게 안배한 것이 눈길을 끈다. 30대부터 70대까지 과학기술부터 정치, 사회, 경제 분야 관계자들이 골고루 참여한다.

연구재단의 연구과제를 맡았던 김현수 국민대 교수(IT서비스학회장)는 학회 창립의 의의에 대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성장동력이 한계를 맞은 데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 세 가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 혼란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며 “학회는 경제, 사회, 환경이 모두 중요한 변곡점에 도달한 상태에서 이에 대한 융합연구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기인으로 일반 기업인부터 전직 국무총리까지 참여한다”며 “이들의 융합된 아이디어가 결합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속가능과학회 창립 기념 세미나는 14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며 분야별로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경영), 차정섭 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인문사회),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환경) 등이 발표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