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특별 좌담회- 벤처 2.0을 말한다

전자신문은 창간 28주년을 맞아 벤처기업협회와 공동으로 정부와 업계, 학계 대표와 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벤처2.0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국 벤처의 과거 문제점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건전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이날 좌담회는 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의 `벤처대책 추진경과 및 향후 추진방향`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들의 심도있는 토론이 펼쳐졌다. 패널들은 한국 벤처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신생 벤처의 지속 탄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엔젤투자 활성화와 함께 벤처기업 퇴출과 벤처캐피털의 원활한 자금회수(Exit)가 일어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였다. 이날 좌담회의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기조강연: 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

한국 벤처 발전과정을 정리하면 태동기는 1997년이다. 당시 벤처특별법이 제정됐고, 코스닥에 벤처기업 전용시장이 개설됐다. 성장 · 확장기는 98년부터 2001년까지다. 대학생 벤처기업 창업 활성화 대책이 수립됐고, 벤처확인제 도입 그리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이 이 때 마련됐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침체 · 조정기다. 벤처 버블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벤처 건전화 방안과 벤처기업 M&A 활성화 방안 등이 수립됐다. 이후 2004년 말부터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이 만들어지고 다음해 보안대책까지 나와 벤처기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당시 벤처캐피털산업 선진화 방안도 나왔다. 이 때 1조원 모태펀드가 만들어졌고, 그 영향으로 벤처펀드 결성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08년 벤처특별법이 연장되기 전까지를 1기 벤처로 분류를 하는데 이 때 벤처는 국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벤처 매출액 증가율은 16%로 일반 중소기업의 6%보다 크게 높았다. 일자리 증가율도 20%로 30여만명을 책임졌다. 그래서 벤처가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한다. 수출도 벤처기업이 100억달러 이상을 견인했다. 이 때 교수와 연구원이 많이 창업했으며, 투자 위주의 금융시스템도 만들어졌다. 또 창업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모델도 제시했다. 이 때 벤처 매출 천억클럽이 많이 나왔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5등 안에 드는 세계 일류상품 생산 벤처기업도 112개나 됐다. 벤처는 크게 약진했다.

물론 한계도 많이 보였다. 벤처 수는 늘었지만 질적 고도화가 아쉽다. 벤처들이 내수에만 너무 안주해서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벤처캐피털 금융에서도 펀드 결성에는 많은 성과를 보였지만, 회수시장은 숙제로 남았다. 인수합병(M&A)과 프리보드 시장이 아쉽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연대보증 문제부터 실패 또는 도전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납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2기 벤처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복원하고 개선해 벤처 열기를 재점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지식기술 기반의 우수 벤처를 많이 양성하고자 한다. 벤처의 질적 고도화와 동시에 녹색과 신성장동력 분야에 기술이 검증된 곳을 키워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청년 벤처인들이 뛰어들 수 있도록 창업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벤처가 제조업 위주로 너무 몰려 있다. 이를 지식기반 서비스업까지 다양하게 넓혀야 한다. 미래는 `우뇌시대`라고 한다. 우뇌에 맞는 신세대가 원하는 업종을 접목해 그쪽 분야로 벤처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벤처금융도 발전시켜야 한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회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벤처기업들을 글로벌화 시켜야 한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보고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벤처가 수도권 중심이라는 것도 한계다. 과거 벤처 열풍 당시에도 지방까지 확산하지 못했는데 2기 때는 지방 벤처까지 열기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실패한 벤처들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한다. 창업이 용이하면서도 진입과 퇴출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ytjung@smba.go.kr



<참석자>

-남민우 글로벌중견벤처포럼 의장

-도용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배희숙 여성벤처협회장

-이민화 기업호민관

-이장우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가나다순

=사회: 주상돈 전자신문 경제과학담당(부국장)



△사회(주상돈 부국장)=최근 가장 큰 이슈는 경기 회복에 따른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과 청년 실업 문제다.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는 단어로는 도전과 기업가정신을 꼽을 수 있으며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벤처`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벤처 용어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전자신문은 이 시점에 벤처 용어를 새롭게 보려고 한다. 그래서 벤처 2.0이라고 지칭했다. 10년 전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오늘 이 자리에서 벤처의 재조명과 한국형 벤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해보자.

△황철주(벤처기업협회장)=벤처2.0에서는 진정한 벤처정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진정한 벤처 정신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찾고 싶다. 그분의 열정과 도전정신이야 말로 진정한 벤처정신이다. 그런 벤처정신이 지금 안 보이는 것이 아쉽다. 세상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많다. 벤처답지 않은 곳을 벤처라고 부르면 안된다. 벤처스러운 곳이 많이 나와야 벤처캐피털업체들도 투자를 늘릴 것이다.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세계시장을 놓고 창업한다. 우리 벤처기업들은 너무 대기업 하청에 의존하는 면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사람이 많다. 의식이 문제다. 의식이 있는 사람이 창업을 해야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지식만으로는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없다. 이게 바뀌지 않으면 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남민우(글로벌중견벤처포럼 의장)=과거 코스닥시장에서 돈 문제로 사고를 친 곳들이 많았는데 상당수가 벤처기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1세대 벤처인들은 반성할 것이 많다. 우선 기술개발에만 너무 매진했다. 이러다 보니 경영, 투자, 회계 상에 문제가 나타났다. 당시에는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 세대들은 이런 문제점을 잘 극복하고 있다.

△배희숙(여성벤처협회장)=벤처 실패 사례가 너무 부각된 것도 문제다. 벤처가 국가에 기여하고 산업 전반에 공헌한 것이 쉽게 묻혀 버리는 것이 아쉽다. 마치 실패 사례가 전부인 것처럼 치부해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한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정부 정책은 개선되고 있다. 규제도 풀어졌다. 다만 벤처들이 신기술을 개발해 양산을 해도 정작 팔 때가 마땅치 않다. 벤처 인지도가 낮아 고객들이 신뢰를 않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가 단순히 인증제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이를 제때 테스트해 내수 또는 해외에 판매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만 벤처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인증제 남발은 새로운 기술을 찾는 벤처기업에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게 만든다. 이것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장우(한국중소기업학회장)=벤처에 대해 왜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는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수의 벤처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의 실력과 노력도 있었지만 사회적 정당성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벤처기업들은 그것에 충족하는 역할을 하지 못해 실망감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기대가 너무 컸다. 성공한 기업들도 내가 잘했고 능력이 뛰어나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측면이 있다. 사회적 지원 흐름이 크다는 인식을 못했다. 그 대목은 벤처인들이 반성해야 한다. 기술을 쌓고 노력한 측면도 있지만 경영 노하우 특히 한국 벤처만의 노하우가 축적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객관적으로 그 레벨은 많이 떨어진다. 경영이 형편없는 곳이 많다. 정책적인 측면도 짚어야 한다. 정부는 벤처의 지방 확산에 등한시했으며 엘리트 위주의 기술벤처로 고착화시킨 것도 문제였다. 이는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데 한동안 한계를 나타냈다.

△남민우=벤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대표적으로 신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꼽고 싶다. 정부가 나서서 투자하면 안된다. 기업인들이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 정부나 벤처캐피털업체만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벤처가 잘 되는 것을 보면 그 뒤에 엔젤투자자가 있다. 벤처로 돈을 만졌던 사람들이 직접 투자를 한다. 사업을 하면서 투자를 하기 때문에 더 정확히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들은 사람을 보면 성공할지 아닐지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멘토로 나선다. 우리는 짧은 역사가 한계다. 우리나라도 한 세대가 지난만큼 다양한 형태의 엔젤투자자가 나올 때가 됐다. 이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도와달라는 식으로 요청해야 한다. 예컨대 세금문제 등 좋은 아이디어를 정부만이 만들 것이 아니라 벤처인들이 도와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창의적 제도와 정책이 나온다.

△도용환(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협회장으로 2년반 활동하면서 수많은 벤처기업인들로부터 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 바탕에는 우리 업계가 정부 모태펀드 자금을 받아서다. 정책자금을 받았는데 투자를 안 하느냐고 어필을 한다.

하지만 벤처캐피털업체도 똑같은 기업이다. 우리가 투자에 성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투자에 실패하면 우리도 망한다. 초기투자는 어렵다. 실제로 10~20억원 투자한 곳은 성과가 안 좋다. 100억대 200억대 투자를 한 곳에서 주로 수익이 발생한다. 중견기업을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초기 벤처로 갈수록 실패확률이 높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초기 벤처에 대한 투자는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최근 정부와 벤처캐피털업계는 정부 자금이 초기 투자에 사용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초기투자 전용 벤처펀드를 많이 만들고 있다. 초기 투자펀드가 중소형 벤처캐피털기업에 밀어주는 방안인데 이 부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형 벤처캐피털업체들은 민간자금 중심으로 결성되는 것과는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순수한 초기투자를 위해서는 엔젤투자자가 필요하다. 진짜 초기 벤처기업은 1~2억원이면 충분하다. 이들은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엔젤투자자가 참여하고 다음 단계에서 벤처캐피털업체가 붙어줘야 한다.

△황철주=동의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있는 사람이 자금력을 갖춘 사람에게 찾아가 투자를 받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엔젤투자 시장이다. 여기서 아이디어의 전제는 세계화다. 세계화할 수 없는 기술은 인정해서는 안된다. 이런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면 개인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들 엔젤투자자가 2~3년 키운 후 양산 할 때 벤처캐피털업체가 투자를 하면 된다. 그러면 3년 후 상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정영태(중소기업청 차장)=2만개 벤처가 모두 벤처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공감한다. 2004년 벤처확인제도를 고쳤다.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전환했다. 5년 지나고 보니 양적으로 너무 많이 벤처가 양산됐다. 정부는 최소한의 확인제도를 통해 튼튼한 벤처를 다수 만들려고 했다. 다행히 이를 통해 벤처천억클럽도 많이 나왔다. 앞으로는 엄격하고 글로벌화된 시각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도록 요건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초반부터 세계를 보고 뛰는 곳을 선별하는 것이 요구된다. 세계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엄격하게 검증해서 키울 수 있는 문제로 개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 회수도 문제다. 벤처 선순환 생태계를 위해서는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황철주=그 문제와 관련 인수합병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다. M&A가 돈 벌기 위한 목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M&A는 성장을 위한 과정이다. 예컨대 기존에 1조원을 창출하던 기업이 M&A 후 5조원을 만들어야 진짜 M&A다. M&A가 왜 필요한지 목적성이 중요하다. 특히 단순히 한국시장을 보고 M&A를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조금 더 싼 제품을 만드는 M&A는 안 된다.

대 · 중소벤처 상생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상생은 창조적 제품개발에서 일어난다. 조금 더 좋고 조금 더 싼 제품을 만드는 상생은 아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우려다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에 나가는데 협력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다.

△정영태=벤처캐피털산업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여건상 벤처캐피털산업계가 역할을 해야 한다. 업체 선별 능력이 높아져야 하고, 규모가 있는 곳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벤처가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 나가려는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국제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며 벤처캐피털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시장에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업체가 기술을 이해하고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식별능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이 회사 기술이 세계적으로 먹힐 수 있는 기술인지 아닌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안정적인 것만을 봐서는 안 된다. 투자를 하고 키워 이 회사가 세계시장에 나가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대기업에서 은퇴한 분들이 벤처캐피털에 많이 나가, 경험을 활용하고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조가 아닌 상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생은 모델도 틀려야 된다.

△이민화(기업호민관)=과거에는 벤처기업을 어떻게 성공시키는가에 대해 모두가 고민했다. 성공할 벤처만을 찾았다. 지금은 시스템이 복잡해졌다. 미국 벤처 성공률은 2%대에 불과하다. 성공할 벤처를 미리 알기는 어렵다. 이제는 성공지원에서 실패 지원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장우=벤처인증도 다양성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벤처에게 기업가정신, 글로벌화는 중요한 문제다. 소상공인이나 최근 등장한 1인 창조기업도 마찬가지다. 벤처 인증을 단순히 강화만 하면 어설퍼 질 수 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2만개를 훨씬 넘을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을 성격과 규모에 맞게 분류할 필요가 있다.

△이민화=벤처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필요는 있다. 벤처를 하나로만 볼 수는 없다. 1인기업부터 1조원 기업까지 다양하다. 이들 각자를 그들에 맞게 봐야 한다.

벤처는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남들이 갖지 못하는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창업 벤처는 그렇다. 그들만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사업화를 하고 이후 내공을 쌓아 글로벌 벤처로 도약해야 한다. 정리하면 초기단계에서는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이후 성실 · 리더십 · 끈기로 성장하고 이후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맷집을 가져야 한다. 각 단계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벤처는 창업단계를 거쳐 사업화와 글로벌 단계를 걷는다. 각 기간 평균 3~5년이 걸린다. 단계마다 필요한 역량은 다르다. M&A는 사업화 단계에서 요구된다. 글로벌화 단계에서는 코스닥이 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데 까지는 어떻게든 버틴다. 정부가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 단계에서 대개 돈이 떨어진다. 매출이 늘어나지 않으니깐 벤처캐피털업체도 확신을 못한다. 그곳을 매워주는 것이 M&A다. 이 단계에 시너지가 나는 기업을 결합하면 5~10배로 회사를 키울 수 있다.

△사회=최근 민관에서 벤처정신과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벤처 활성화의 새로운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황철주=협회에서는 정부와 청년기업가정신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이런 것이 100개만 나와도 1만개 이상의 기업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이제 대기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시장에서 명품을 만들어 매출 500억~1조원을 기록하는 벤처 500~1000개를 키우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이것이 창조다. 이 일을 벤처가 해야 한다. 창업부터 세계로 눈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 하청에 연연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하청 벤처기업이 늘어나면 대한민국 벤처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

△배희숙=벤처가 다시 붐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 확산이 중요하다. 특히 선배 기업인의 참여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젊은 벤처기업 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공익목적의 캐피털 기능을 갖춘 재단이 돼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미소금융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처럼 재단이 일반대출이 어려운 벤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소금융 기능을 갖춘다면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장우=기업가정신 개념이 변화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과거에는 잃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성공을 위한 도전정신이 강했다. 지금은 실패를 안 하고 성공하기 위해 도전한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많이 따진다. 기업가정신 개념을 다르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

△황철주=기업가정신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다시 벤처 2만개가 됐는데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잘못 생각하는 사람을 잘한다고 할 수도 있다. 기업가정신이 올바른 곳을 명확히 정의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도용환=과거 10년 벤처캐피털 시장은 규모면에서 많이 커졌다. 벤처캐피털에 대한 신뢰도 많이 쌓였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많은 발전을 한 것은 사실이다. 판별력도 좋아졌다. 과거 벤처 버블기에는 마구잡이식 투자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여러 곳에 뿌리지 않고 골라서 투자한다. 벤처캐피털업계도 과거에는 투자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양극화가 명확히 됐다. 잘 나가던 회사가 사라지기도 했다. 커다란 세대교체가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벤처펀드 시장은 커졌는데 선순환이 꼬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과거에는 매출 100억~200억원이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500억원 이상은 돼야 한다. 시장이 경직됐다. 원래 취지에서 점점 멀어진다. 이 상황에서는 벤처캐피털업계가 점점 어려워진다. 프리보드 등 대체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배희숙=프리보드 시장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리보드는 상장을 못한 벤처기업의 자금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설된 만큼 프리(Pre) 코스닥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상대매매방식의 현실화, 지정기업의 혜택 강화, 투자자 보호 등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

△이장우=코스닥이 정책 사각지대라는데 동의한다. 좋은 회사를 많이 끌어들이고 퇴출을 시켜야한다.

△이민화=코스닥이 미진한 부분이 많다. 코스닥이 국제 기준에는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활성화가 안된다. 대신 중간 회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프리보드시장과 M&A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민우=벤처 인력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좋은 인력들이 계속 벤처생태계에 유입돼야 한다. 대기업 성공배경으로 우수한 인력이 대거 들어간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인력 흐름은 사회적 보상시스템의 결과다. 예민한 문제다. 지금 우수한 인재가 삼성이나 현대차로 안 가고 벤처로 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대안으로 특례보충역 활용을 들고 싶다. 중소벤처기업에 과감히 10~20명 배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큰 효과를 낼 것이다. 정부의 중요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임금이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과거 벤처 붐이 일어났던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다. 월급을 많이 주는 대기업도 긴장했다. 지금 스톡옵션은 유명무실화됐다. 세제혜택도 없다. 초창기로 돌아가야 한다. 혜택을 확실히 줘야 한다. 스톡옵션으로 큰 돈 벌었다는 뉴스가 나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특례보충역과 스톡옵션제도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정영태=무엇보다 될성싶은 벤처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여럿 벤처산업계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동안 기업가정신이 단순히 정신에만 의존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고 싶다. 기업가정신을 기업들이 체화해 실천적 정신이 돼야한다. 자칫 기업가정신, 도전정신, 불굴의 정신이 뜬 구름이 될 수도 있다.

△남민우=우리나라는 다사(多死)쪽이 취약하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수많은 실패기업들이 제대로 퇴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좀비기업이 너무 많다. 이들은 정상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많은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이 원활하게 퇴출돼야 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연대보증이다. 벤처 2만여개 중에 연대보증에 걸려 있는 곳이 수천개사에 달할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도 수백개 기업이 연대보증을 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민화=정확한 지적이다. 실패에 지원을 하면 창업이 활성화된다.

△정영태=퇴출 측면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많이 탄생하면 퇴출돼야 할 곳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생명력을 갖춘 곳이 많이 탄생해서 경쟁력 없는 곳이 퇴출되는 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이 대학이다. 특정 대학 캠퍼스에 벤처창업 열기를 불어넣어 특성화해 성공화 집단이 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자신감을 심어주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모의창업도 해보고 망설이던 학생들에게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창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체험하게 해 줘 벤처를 키우는 것이다.

△남민우=10대든 20대든 가리지 말고 이들이 원하면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사관학교를 만들 필요가 있다.

△배희숙=스마트워크가 이슈다. 창업에 대한 유도를 스마트워크를 통해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차제별로 특성을 살려서 벤처창업을 유도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미 대기업에서는 우수한 인재에게 장학금을 미리 준다. 정부에서도 창업에 대한 구도를 대학창업, 대학동아리, 지차체별로 발굴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칭으로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 스마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창업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지금은 여성이 법조계 등 일부 분야에만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제는 여성들을 산업계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가능한 여성들을 산업계에 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한국에서 창업에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창업에 성공해도 유지하기가 어렵다. 시장을 넓혀주려는 차원에서 선 · 후배 기업인들이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벤처기업협회에서 추진하는 벤처7일장터는 좋은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정영태=벤처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제조업 일변도였지만 지금은 지식산업 등 다양화됐다. 과거 방식의 기업가정신은 안 통한다. 감성적 문화가 중요하다. 다양한 청년에 맞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대학이고 지자체다. 한쪽에 정리해서 하는 것보다 벤처는 자연적으로 어디든지 다양성을 갖고 검증받고 튀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기에 여성도 포함된다.

대기업에 취업하면 `축하한다`고 하고, 창업한다고 하면 걱정 어린 눈으로 보는데 그것이 바뀌어야 한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대학이 중요하다. 창업하고 중소벤처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에게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사회=오늘 좋은 문제점 지적과 이를 해결화기 위한 대안들이 많이 제시됐다. 특히 벤처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량 벤처가 지속적으로 탄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의 역할이 많다. 오늘 나온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제2의 벤처 붐이 결코 멀지 않다는 느낌이다.

정리=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