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 글로벌 태양광 장비 업체로 우뚝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8월 정부로부터 `모듈 효율 10% 이상의 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제조 기술`로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 심사를 맡은 산업기술진흥원(KIAT)은 고효율과 대면적 저가화 기술, 실리콘 웨이퍼 사용 지양을 통한 친환경성 등을 높게 평가했다. 반도체 ·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를 통해 기술 한국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이 녹색기술력에서도 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2007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태양광 장비 시장에 진출한 주성은 대면적 디스플레이 장비 노하우를 활용해 태양광 분야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07년 233억원(전체 매출 중 11%), 2008년에는 548억원(36%)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고, 2009년에는 매출 가운데 39%를 태양광 분야에서 올렸다. 올해는 태양광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을 전망이다. 주성은 태양광 분야 성과의 99%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며 관련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업계 최고 수준인 단접합 7.56%, 중접합 10.2%의 광변환 효율 달성과 광변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투명전극(TCO) 기술 등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올해는 박막형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또 양산라인에서 이미 기술 검증을 완료한 결정형 태양전지 플라즈마 화학증착장치(PE CVD) 부분에서도 테스트를 통과해 네 차례 이상 추가 주문을 받았으며 신기술인 8.5세대 및 중접합 태양전지 장치 개발 등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함에 따라 태양전지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각화하고 있다.

국내 장비기업 중에서도 주성의 연구개발(R&D) 노력은 남다르다. R&D에 대한 집념이 없었다면 지금의 주성은 없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주성 공장에는 각 연구동 입구마다 벽에 빼곡히 걸려있는 특허인증서가 인상적이다. 설립 이래 지금까지 획득한 특허만 1500여개에 이른다. 지금도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차별화된 기술력이라는 신념으로 해마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당시 공모자금 전부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은 이러한 주성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2001년부터 3년간 누적손실이 1200억을 넘었어도 다른 비용은 모두 줄였지만 R&D투자는 줄이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 주성의 이러한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도 많았지만 “장비 업체에 연구개발비는 미래를 준비하는 선행투자”이며 “당장은 힘들어도 축적된 기술력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황철주 사장의 한결같은 뚝심이 지금의 주성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주성은 각 분야의 우수한 핵심인력이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한 제품 중 적지 않은 아이템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몇 년 후를 대비한 제품이며 연구 인력들은 그다음 상황에 대비하여 시장조사 및 고객의 필요에 맞는 제품개발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주성을 창업한 황철주 사장이 엔지니어 시절 겪은 경험이 큰 작용을 했다. 황 사장은 젊은 시절 유럽 반도체 장비회사에 입사했는데,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인 우리나라가 장비 수입도 가장 많이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오직 장비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노하우를 습득하는데 열중했고, 이를 발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주성을 창업한 것이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주성 광주 공장에 대형 태극기가 항상 걸려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주성의 `기술 집념`은 사실 태양광보다 먼저 시작한 반도체와 LCD 장비사업에서 시작했다. 반도체와 LCD제조 공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특히, 전공정이 제조공정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한국기업 중에 몇 안 되는 기업만이 이 분야에 진입해 있다.

주성은 2002년 반도체웨이퍼 원자층증착장치(ALD)의 미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차세대 나노급 디바이스 제작에 필수적인 장치인 주성의 ALD 장비는 경쟁사보다 3배 이상의 높은 생산성과 우수한 막질을 형성할 수 있어 2004년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LCD가 관심을 받지 못하던 1999년부터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LCD용 증착 장비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2002년 말부터 5세대 LCD용 PE CVD를 공급하기 시작한 주성은 5.5세대 · 6세대 · 7세대 · 8세대 LCD용 PE CVD를 한국 · 대만 · 중국의 LCD업체에 공급하면서 시장진입 만 2년만인 2004년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의 LCD용 PE CVD 제조 회사로 성장했다.

이후 2005년 LCD 업종이 불황을 겪으면서 국내 장비 시장 상황이 또다시 나빠졌지만, 이번엔 반도체 ALD 개발로 탈출구를 찾았다. 이는 기존 반도체 CVD 기술을 뛰어넘는 최첨단 장비다.

이 공간분할 화학기상증착장비(SD CVD)는 기존 반도체 공정용 화학기상증착장비(CVD) 기능에 ALD의 장점을 결합한 장치로 2006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과 반도체 기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주성은 반도체 및 LCD 전공정 과정의 20%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 각 사업부문별로 LCD용 PE CVD 장비와 반도체 전공정용 SD CVD, 저압화학증착장치(LP CVD), 건식식각장치(드라이 에처), 경사면식각장치(베벨 에처), 고밀도플라즈마증착장치(HDP CVD) 등 다양한 제품을 한국 및 전 세계 주요 고객에 공급하며 글로벌 종합 장비회사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