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스마트그리드, 전기차 대중화시대 연다

최근 들어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충전소에 대한 관심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가 주유소에서 석유를 공급받는 것처럼 전기차도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까지 전기자동차는 1회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200㎞에 못 미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승용차의 하루 주행거리는 약 41㎞다. 24㎾h짜리 배터리를 장착한 닛산의 `리프(LEAF)`가 한 번 충전으로 160㎞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매일 6㎾h씩, 한 달에 180㎾h의 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기차 도입을 통한 새로운 사업기회가 출현했음을 뜻한다. 한국전력을 비롯해 LS산전 · LS전선 · SK에너지 · GS칼텍스 등 대기업들이 충전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충전기는 가정이나 마트 등에서 사용되는 완속 충전 스탠드와 급속 충전기로 나뉜다.

급속 충전기는 자동차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충전기가 공급하는 전압과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도 별도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쓰비시가 출시한 전기차 `아이미브(iMiEV)`는 가정용 전기 충전용과 50㎾의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급속 충전기용 플러그 두 개를 갖추고 있다.

향후에는 지금처럼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대신 전자기 유도 방식을 사용한 비접촉 충전방식도 가능할 전망이다. 충전기 쪽에 붙은 코일에 교류 전류가 흐르면 자동차 쪽에 붙은 코일에서 전류가 생성되는 원리를 응용하는 것이다.

최근 닛산은 충전기에 해당하는 코일을 지정된 주차장 바닥에 깔아두면, 바퀴에 코일을 붙인 자동차가 그 위에 주차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전기차 충전 시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 배터리를 교체하는 사업모델도 시도되고 있다.

미국 베터플레이스는 휴대폰 배터리를 교체하듯이 자동차도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

신규 충전 서비스 사업자도 등장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이나 GS칼텍스처럼 다른 사업모델을 가진 사업자가 충전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다. 해외에서는 신생 기업인 베터플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7년 베터플레이스는 배터리를 빌려주고 전기차 운전자에게 주행거리만큼 돈을 받는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무인 충전소를 곳곳에 설치하고 소비자에게 ID 카드를 발급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전기차 보급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전기차 배터리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즉 전기 생산이 전기 수요보다 많을 때는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갑자기 증가할 때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다시 전력망에 보내는 V2G(Vehicle to Grid)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TV를 보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면 주차장에 서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비상 전력을 끌어다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전기 가격을 발전량이 많을 때는 낮게 책정하고 수요가 많을 때는 높게 책정,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피크 타임(peak time)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가 자동차의 기능과 저장장치의 기능을 모두 충족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조율할 수 있는 지능형 장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배터리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뒷받침하는 저장장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과 함께 소비자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충전 서비스가 새로운 사업 기회로 부상함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도 촉각을 세우고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