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는 간단히 기존 전력시스템에 정보기술(IT)을 입힌 새로운 시스템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양방향 통신을 가능하게 해 전력망 운용과 전력 사용을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양방향 통신에 따른 실시간 요금제 도입으로 사용자는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능동적으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고, 공급자는 수용가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전력 사용 방법을 일러준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전력망 체계가 사용자로 중심 이동을 한 것이다.
또 전력저장장치의 등장으로 생산과 동시에 소비해야 하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때 쓸 수 있게 된다. 발전 원가가 저렴한 저녁에 생산한 전력이나 태양광, 풍력 등에서 나온 전력을 전력사용량이 많은 대낮에 사용할 수 있어 전력피크 문제가 해결된다. 전기차도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때 뽑아 쓸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스마트그리드는 단순히 전력을 경제적으로 생산해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 사용하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생산된 전력을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전력과 IT의 결합이 가져온 산물이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에 따르면 스마트 그리드로 전력망을 개선하면 불필요한 발전설비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저감 등 최근의 환경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1%가 전력 생산으로 인해 발생했다.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하면 2030년엔 한국에서만 전력 사용량의 10%가 줄어들고 이산화탄소 2억3000톤이 줄어들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원 사용에 따라 분산형 발전이 확대되면서 매년 48억달러의 비용이 절감된다.
최근 세계 주요국은 기존 전력시스템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해결할 방안으로 스마트그리드 도입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기업들의 투자를 불러일으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기에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스마트그리드로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고품질 전력이 가능해 이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만 2009년 693억달러에서 2014년 1714억달러로 연평균 19.9%나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IT와 기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관련 기기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신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전력거래 시장의 등장=먼저 공급자와 소비자의 양방향 정보 교환 확산으로 전력 수급 현황과 가격 정보 확보가 신사업의 핵심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전력 거래 시장이 형성됨을 의미한다.
현재의 전력 시장은 전력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사용자는 사용량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다.
스마트그리드 체제에서는 사용자도 실시간 가격 정보에 따라 전력 사용 시간과 양을 조절할 수 있으며 전기를 저장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건물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 · 이용하고, 남는 부분에 대해서는 판매도 가능한 프로슈머(prosumer)로 변모한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에서는 전력거래를 일부 개방해 사용자가 판매 사업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신재쟁에너지 보조금 지급에 따라 부분적이나마 전력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관련 기기 및 서비스도 성장=스마트그리드 관련 기기와 서비스도 또 다른 신사업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에 따르면 전력요금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미터(전자식 전력량계) 시장이 먼저 급성장할 전망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설치를 시작한 스마트미터의 시장 규모는 2009년 64억달러에서 2014년 19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에넬(Enel)은 2008년 말 이미 3210만대의 스마트미터를 설치했고 한국은 2020년에 완전 설치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스마트미터로 얻은 전력 관련 정보는 수요반응(DR)과 연계돼 소비자가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데 활용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미터에서 받은 정보를 웹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포해 사용자가 직접 전력 사용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전력저장장치 수요 증가=전력을 저장하거나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의 품질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전력저장장치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는 분산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이나 야간 잉여전력을 전력저장장치에 저장하고 피크 전력 시간에 고가로 전력회사에 재판매할 수도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전력 제어에 필요한 전력저장장치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전력제어용으로 189~305GW가 필요하다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전력저장장치 용량이 증가하면 국가나 도시 차원의 저장 용도로 확대가 가능하며, 저장장치를 이용해 전력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가구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모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력 공급사로 도약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는 2009년 일본 가이시의 NAS전지 1GW 용량을 설치해 잉여전력 활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점차 용량을 늘려갈 예정이다.
◇스마트 가전에 경쟁력 초점=또 스마트 가전의 등장으로 기존 가전제품에 에너지 효율화라는 이슈가 부각되면서 스마트 가전이 가전제품의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 될 것이다.
스마트 가전제품은 전력의 수요공급에 따라 전력사용량을 조정해 절전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향후 스마트그리드와 연계될 전망이다.
스마트 가전 시장은 2011년 31억달러에서 2015년 15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력소비가 많은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가전부문에서 먼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 업계에서는 스마트 가전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월풀은 2006년 건조기를 대상으로 `스마트그리드 파일럿 프로젝트`를 펼쳐, 전력 피크 시간을 감지하면 자동적으로 히터를 정지하게 해 전력비용을 절감했다. 관련 기술을 2015년까지 전 제품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GE는 스마트 가전제품을 개발, 피크 전력 시간에 최대한 가동시간을 줄여 5~10%의 전기료 절약 효과를 거두기로 했다.
◇전력 솔루션도 사업 기회=수요 반응은 스마트미터, 스마트 가전, 전력저장장치 등 주변기기의 전력상황을 종합적으로 제어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로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 텐드릴은 스마트미터와 인터넷을 연결, 가전제품의 전력 정보를 수집하고 전력을 제어하는 종합적인 에너지 관리 솔루션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 그리드포인트의 V2G(Vehicle to Grid) 서비스는 지역 내 전기자동차의 충전일시, 충전용량 등의 정보를 활용해 전력 부족 등 수급문제를 조정하는 전력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로 진화하는 전력산업의 발전 방향을 고려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개발, 성장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