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벤처인 탄소시장을 선점하라

당신이 벤처기업을 세우기 위해 아이템을 찾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수 십년간 많은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산업분야에 뛰어들어 그들과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생겨난지 5년 남짓한 신산업분야에 진출할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형성된 지 6년에 불과한 `탄소시장`은 벤처가 뛰어들기에 매력적이다.

특히 탄소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우리나라도 탄소시장의 영향권으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으며, 탄소시장 인프라 구축의 초석이 될 `온실가스 · 에너지목표관리제`는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탄소시장의 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법`을 제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내년이면 공식적인 탄소시장이 국내에도 열린다는 말이다.

신시장인 만큼 탄소시장에 도전하는 모두가 벤처이고 △국내외 배출권 확보 프로젝트 기획 △탄소배출량 산정 컨설팅 △배출권 매입 대행 등 비상한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녹색벤처들이 뛰어들어봄직한 아이템이 널려있다.

◇탄소시장은 커지고, 돈이 있는 곳에는 기회가 있다=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은 2008년 기준 1263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0조원의 거대한 규모로 성장해 있다. 2005년의 110억달러에 비해 11배나 증가한 액수다. 이는 2005년부터 매년 평균 128%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결과다. 올해엔 150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2090억달러 규모)의 70%에 육박한다. 2020년까지 전 세계 탄소 시장이 2조유로(약 308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배출권거래로 대변되는 유럽에서 시작된 탄소시장이 경계를 넘어 미국 · 일본 · 오스트레일리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탄소시장이 가장 활기찬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5년 EU 15개국을 포함, 25개국 약 1만15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배출권거래제도(EU-ETS 1기)를 시행했으며 2008년부터 총 30개국을 대상으로 2기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13년 시작되는 3기 사업은 국가별 할당량이 부과되는 것이라 EU 전체를 대상으로 배출량이 할당되며 총량 할당 방식 또한 유상 경매 방식이 대폭 확대된다.

미국에서도 탄소시장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 미이행국이지만 시카고 기후거래소(CCX)와 RGGI(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고 있다. CCX에는 포드 · 듀폰 · 인텔 · IBM · 소니 등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일리노이 · 뉴멕시코 주정부와 여러 시정부, 대규모 전력회사 등이 가입돼 있다. RGGI는 2008년부터 미 동북부 10개주의 강제적 참여로 거래가 시작됐는데, 2009년 6월 `청정에너지 및 안보법`(일명 왁스만-마키법)이 하원을 통과한 이후 RGGI의 배출권 거래량이 급속도로 증가해 CCX의 거래 규모를 넘어섰다.

일본은 현재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기후변화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의무 거래소나 탄소세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2008년 10월 시작된 자발적 시범 통합배출권거래제는 게이단렌자주행동계획과 일본 자주 참가형 배출권 거래제를 통합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자발적 시범 통합배출권거래제는 일본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포함하지만 자세한 거래관련 자료에 대한 공개는 제한하고 있다.

◇녹색벤처, 대동강 물 팔던 `봉이 김선달`이 돼라=탄소시장의 물결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선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를 확정하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기로 했으며, 녹색성장기본법에서 기업 부문이 배출권 할당량을 배출권거래소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업들도 이미 거래제도에 대비하기 위해 사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11개 사업장, SK에너지는 10개 사업팀 간에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한 바 있으며 해외사업장과 계열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 울산시 ·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환경부의 주도하에 시범거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배출권거래제법 초안을 이번 달까지 만들어 내달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연말까지 국회에 상정한다는 빡빡한 스케줄로 탄소시장의 법적 근거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정세를 감안해 벤처들이 탄소시장에서 도전해볼만한 분야는 바로 `국내외 배출권 확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분야이다.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없어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수요를 감안해 미리 국내외에서 적은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만한 곳을 선점해, 여기서 나오는 배출권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가령 중국의 대형 염색공장에 에너지절약 공정개선 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해, 그 공장에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으로 수행하면 에너지절감 비용으로 공정개선에 들어간 사업비를 뽑을 수 있는데다 여기서 발생하는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한다거나,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해 최소의 비용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프로젝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PF를 통해 금융권의 지원을 받거나, 사업을 수행할 ESCO나 플랜트업체를 통해 융통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외에도 온실가스 감축 할당을 받는 업체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탄소배출량을 산정해주는 컨설팅 분야와 탄소관련 업무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업체를 위한 `배출권 매입 대행` 등 탄소를 돈이라고 생각하고 금융시장과 비교해보면 도전해볼만한 아이템들이 많이 보인다.

◇탄소시장 가격결정요인을 정확히 파악해야=탄소시장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이 배출권의 가격결정요인이다.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공급측면에서의 요인으로는 배출권의 할당, 청정개발체제(CDM) 및 공동이행제도(JI)사업을 통해 얻게 되는 CDM을 통해 얻는 배출권(CER) 및 JI를 통해 얻는 배출권(ERU), 그리고 할당 받은 배출권 이월여부 등 세 가지다.

탄소배출권 할당은 배출권 가격 하락을 이끄는 대표적인 공급 측 요인이다. 배출권 할당에 있어 무상할당시 감축업체들은 과잉할당을 통해 횡재이윤을 얻게 된다. 동시에 수급상 과잉무상할당으로 배출권시장에서 공급우위에 의한 가격 급락을 초래하기도 한다.

수요측면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경제성장률이다.

미국의 경우 전력생산량과 국내총생산(GDP)간의 상관성이 99%로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의 소비주체들은 전력부문 40%, 운송부문 30%, 산업부문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경기회복세가 본격화 될 경우 화석연료를 비롯한 에너지의 소비가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경기회복에 따른 에너지원의 소비증가는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져 탄소배출권의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폭염과 혹한 등으로 인한 냉난방 전력 수요의 급증도 수요측면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른 탄소에 대한 헤지수요의 증가는 유럽연합 탄소시장에서의 할당배출권(EUA) 및 CER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경기관련 펀더멘탈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변수이나 폭염 및 혹한의 경우는 대표적인 외생변수로 탄소배출권의 가격을 급등시키는 요인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