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금리동결 네마녀 잠재우다

국내 증시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과 쿼드러플위칭데이(지수ㆍ개별주식 선물ㆍ옵션 동시 만기일) 이슈를 비교적 순탄하게 넘겼다.

9일 코스피는 3개월마다 돌아오는 동시 만기일에도 불구하고 장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큰 변동 없이 사흘 만에 상승 마감했다. 염려했던 수준의 대규모 선물ㆍ옵션 청산 매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과 달리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에 따른 시장 동요는 일부 금융ㆍ보험주에 국한됐다. 한국은행은 "해외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국내 경기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9%(5.14포인트) 오른 1784.36으로 마감했다.

◆ 네 마녀 심술 없었다=9월 마녀의 심술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가 934억원 나오며 전체적으로는 지수에 긍정적 효과를 끼쳤다.

예상했던 대로 외국인이 2000억원가량 비차익 매도로 포지션을 청산했지만 기관이 종가에 대량으로 비차익 매수를 하면서 전체적인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는 10억원에 그쳤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무난하게 만기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9월 만기를 무난히 넘기면서 향후 프로그램 수급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청산할 수 있는 매수차익 잔액을 대부분 외국인이 갖고 있는데 이번 만기에 일부만 청산했다"며 "이는 향후 배당까지 생각하고 포지션을 오래 가져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점차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 외국인에게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금리 동결에 금융주 급락=금리 이슈에 민감한 보험과 은행주는 금리 동결 소식에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29% 올랐지만 보험업종지수는 2.10% 내렸고, 은행업종지수 역시 1.03% 하락했다.

특히 LIG손해보험 대한생명 현대해상 코리안리가 1~3% 하락하는 등 보험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금리 인상으로 보험주의 장기 자산 운용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감으로 돌변한 것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험주엔 장기채 금리 하락과 보험영업지표 악화 추세가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지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 동향이 중요하다"며 "`계속보험료`로 인해 전체 장기 신계약은 올해도 10%대 중반의 성장이 기대되며 손해보험주의 투자 매력은 여전히 크다"고 주장했다.

9일 장 초반 금리 인상 기대감에 상승했던 KB금융 우리금융 등 은행주도 상승폭을 줄이며 거래를 마감했고 지방 은행도 약세를 나타냈다. 금리가 동결돼 순이자마진(NIM) 개선도 미뤄졌다는 점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건설 등 빚 많은 기업에 희소식=반면 금리 동결 소식에 대형 건설업체들이 강세를 보여 보험ㆍ은행주의 하락폭을 만회했다. 대림산업은 4.6% 상승했고, 현대산업도 3.5% 올랐다. GS건설과 현대건설도 2~3%대 오름세를 기록했다.

금통위와 동시 만기라는 두 개의 고개를 무난히 넘긴 가운데 금융시장 악재로 다시 부상됐던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는 급속히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포르투갈 정부가 3년물 국채 6억6100만유로어치와 10년물 국채 3억7800만유로어치를 입찰에 부쳤는데 응찰률이 각각 1.9배와 2.6배를 기록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에 미국 뉴욕 증시도 상승세로 화답했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금통위와 동시 만기일 이벤트를 무난히 마무리해서 부담을 많이 덜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증시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이소아 기자/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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