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속도를 낮추던 자동차주가 다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현대ㆍ기아차 등 자동차 메이커뿐 아니라 주요 부품업체까지 거대한 무리를 지어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어오던 LG화학 등 화학주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그 바통을 자동차주들이 이어받는 모양새다.
자동차주의 힘은 상전벽해 수준의 해외 경쟁력 향상에서 나온다. 또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한풀 꺾이고 `슈퍼 엔고`가 유지되는 등 대외 여건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19일 13만8000원을 저점으로 반등하며 지난 8일 종가 기준으로 15만원을 다시 넘어섰다. 지난달 12일 3만원 선이 깨지기도 했던 기아차 또한 반등에 성공하며 3만4050원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 강세장을 `순환매 장세`로 풀이했다. 엔고 상황도 상반기부터 계속 유지돼 왔고 현대ㆍ기아차 실적도 꾸준히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주가 상승에는 출렁임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박 연구원은 "7~9월 생산일수가 떨어지고 기아차의 파업 염려가 더해지면서 약 3개월간 주가 조정 기간을 거쳤다"며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급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은 것이어서 이후 상승장에서는 바닥권이 15만원대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차의 주가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연간 1700만대 정도가 팔렸는데 작년엔 1050만대가 팔렸고, 올해는 1100만대 정도만 팔릴 예정"이라며 "현대ㆍ기아차는 그동안 수요가 둔해진 환경에서 시장을 확대했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이 회복하면 더 큰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유지되고 있는 슈퍼 엔고 상황은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더 이상 생산성을 올리기 어려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늘어난 엔화 구매력으로 해외 부품을 조달하기 시작했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몰려 있는 2012년부터 국내 부품업체는 해외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와 전속 납품 관계로 주가 디스카운트를 받던 부품업체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를 반영해 자동차 부품주들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5~8배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다.
9일 에스엘은 전날보다 6.77% 오른 1만4200원에 마감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21% 상승했다. 에스엘의 장점은 미국 중국 인도 등 해외 자회사 실적이 꾸준하다는 것이다. 14개 자회사 가운데 10개는 해외 업체와 합작으로 설립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만도 역시 이날 15만3500원(전날 대비 2.33% 증가)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평화정공(1만4300원) 역시 9일 사상 최고가 대열에 합류했다.
[매일경제 박기효 기자/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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