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우대하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스마트 조명제어 전문업체 피엠디네트웍스의 이상철 사장은 벤처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요소로 `기술우대사회`를 꼽았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우고등기술연구원 출신으로 베테랑 기술자였던 이 사장은 IT업체에서 근무한 경험과 전공인 전기공학 기술을 결합해 전력IT 제품을 만들기로 하고 2007년 연구개발에 돌입, 2년여만에 기술을 개발하고 2008년 피엠디네트웍스를 창업했다.
이렇게 탄생한 스마트 조명제어기기 `에너포스`의 기술적 성취도는 인상적이었다. 운동화 상자만한 크기의 기기를 기존 분전반에 연결하기만 하면 최대 250개의 형광등을 제어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형광등은 물론이고 백열등과 할로겐 · 고압 · LED 램프 등 거의 모든 조명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 빌딩에 사용한다면 전기요금의 18%인 연간 71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한 대에 200만원 정도니 3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수명은 반영구적이다. 가로등이나 터널에 사용하면 최대 36%의 에너지 절감률을 나타냈다.
특히 에너포스의 핵심기술인 교류(AC) 스위칭 기술(전력손실 없이 교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은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기술로 국내 특허를 획득했으며 지난 4월 국제특허(PCT)도 출원했다. 이 대표는 “기술검사에 나선 산업기술시험원(KTL) 측에서 `이런 건 처음 봤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며 “국제특허를 받는데는 2년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엠디네트웍스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6월 그린IT 분야에서 최초로 지식경제부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 녹색기술인증은 녹색분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녹색 우수기술임을 공식 인정해주는 제도로 지난 4월 시작해 지금까지 총 78건의 기술이 이 인증을 받았다. 이외에도 조달청 우수제품 지정, 발명진흥회 우수발명품 우선구매 추천, 산업기술시험원 K마크 획득 등 다양한 기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기술력만 좋으면 될 줄 알았던 이 대표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녹색성장 분위기에 여기저기서 녹색펀드가 조성됐지만 벤처캐피털은 물론이고 공공금융기관조차 “매출 실적을 가져오라”며 문전박대를 했다. 기술개발비 8억원을 보태느라 셋방살이에 빚까지 진 이 사장은 “이럴거면 뭐하러 국가 예산을 들여 인증을 만들었냐”며 반문했다. 제품 판매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돌았지만 성능을 믿기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성능을 인정해 이달 태국으로 50여개를 첫 수출하기로 했다. 그는 “도전정신을 갖고 뛰어드는 게 벤처인데 국내에서는 이런 의미가 퇴색한 것 같다”면서 “기술의 모험이 아니라 돈의 모험이 돼버린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기술력만 좋으면 소위 `대박`이 날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제2의 녹색벤처 열풍이 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사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별명이 `오뚝이`”라며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조명제어 토털 솔루션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