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글로벌 기업 현장을 가다(1)-H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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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대표적인 디지털산업단지로 꼽히는 타오위엔(Taoyuan) 중심에 자리 잡은 HTC 본사.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Quietly Brilliant`를 상징하는 4개의 홍보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Hidden Power(잠재력)` `Customer at the center(고객중심)` `Superises(놀라움)` `Simplicity(단순함)`이 그것.

Quietly Brilliant(소리없이 그러나 훌륭하게)를 뒷받침 해주는 4개의 문구는 만년 OEM 기업에서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의 자체 브랜드를 탄생한 HTC의 소리없는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HTC는 2004년 매출액 1조3200억원에서 지난해 5조3500억원을 달성했다. 5년만에 5배가량 성장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무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디자인 그리고 사람이 중심=타오위엔 본사 1층 로비에는 HTC가 강조하는 `디자인 제일주의`가 그대로 묻어났다. 직원헬스장으로 향하는 통로 왼쪽 외벽에는 지난 1999년 HTC가 개발한 포켓PC부터 구글 넥서스원까지 50여종이 전시되어 있다. 불필요한 장식과 채색을 배제하고 회색톤의 전시시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HTC 디자인의 힘은 미국 디자인업체 원앤코(One & Co)에서 나온다. 원앤코는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제품을 디자인해온 기업으로 HTC가 애플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서 지난 2008년 인수한 미국 디자인 전문업체다.

알렉스 리우 마케팅 매니저는 “우리는 제조사로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 디자인 측면에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HTC 스마트폰 철학은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얼마만큼 사용하기 쉽게 만드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알렉스는 인터뷰 도중 전화가 오자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요란하게 울리던 휴대폰은 어느새 무음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HTC가 강조하는 또 하나는 사용자다. 그 중심에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있다. 지난해 출시한 센스UI는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모든 SW가 구동되도록 만들어졌다.

알렉스 매니저는 “센스UI는 사용자가 중심이 되어 휴대폰에 탑재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라며 “시끄러운 공간에 휴대폰이 위치해 있으면 사용자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가 자동으로 커지는 것도 고객만족을 위한 HTC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HTC의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은 미국 원앤코와 본사 연구인력을 포함해 1000명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 휴대폰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휴대폰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일반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선발해 프로슈머로 운영하고 있다. 휴대폰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HTC에 치우치지 않고 창의적인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HTC는 `한국의 삼성전자`=“한국에 삼성전자 있다면 대만에는 HTC가 있다.” 현지에서 만난 잭 통 부사장 겸 한국법인 대표는 HTC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만 소비자들은 HTC를 자국 IT산업의 노둣돌로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OEM업체로 출발한 HTC는 독자브랜드 휴대폰을 내놓은 지 불과 3년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4위 자리를 꽤찼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직하게 쌓은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위는 노키아(38.1%)로 1위, 2위는 블랙베리로 알려진 리서치인모션(RIM, 19.1%), 3위는 아이폰의 애플(12.4%)이었다. 4위가 HTC로 460만대를 팔아 지난해 5%에서 올해 7.6%로 점유율이 늘어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섰다.

1997년 소형 컴퓨터 회사인 DEC의 엔지니어 HT 초가 쉐어왕(52)의 투자를 받아 설립했다. HTC는 초기 노트북 생산회사였다. 이 때 유일하게 PDA 등 모바일 기기에 열을 올린 이가 현재 CEO인 피터 초우다. 설립 이후 생산비용 증가와 기술력,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고전을 거듭했다. 1999년까지 손실이 1800만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경영악화는 2000년 컴팩컴퓨터가 주문한 아이팩(PDA)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해소되기 시작했다. 대박이 났다. 월 주문이 20만대를 웃돌았다. 2년 뒤 상장에도 성공했다.

2006년은 HTC에 있어 변화의 큰 바람이 불어오는 해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윈도모바일 운영체계(OS)를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출시되는 윈도모바일 스마트폰의 절반이 HTC가 만든 제품이다. HTC는 디자인과 기술력, 주문생산 신뢰도를 앞세워 경쟁사들도 주문자로 끌어들일 정도였다.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첫번째 구글폰 제조업체로 HTC를 선택하면서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HTC는 2년전부터 주문생산 업체에서 탈피, 자체 상표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자사 상표와 통신사업자에 대한 공급 비중이 70%를 넘었다. 올해는 완전히 자가 브랜드로 승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유럽 내 선두권인 5개 이동통신사, 미국 내 상위 4개 이통사 및 아시아 주요 사업자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HTC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차이나 모바일과 함께 6가지 모델을 소개하는 등 2011년까지 400~500만대 규모의 휴대폰을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잭 통 부사장은 “2년 안에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HTC는 젊은 기업인만큼 변화에 적극 대응해 모바일 정보통신기기 분야에서 선도하는 혁신적인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인터뷰/ 잭 통 부사장 겸 한국법인 대표

“HTC에게 있어 얼리어답터가 많은 한국은 매우한 중요한 스마트폰 시장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스마트폰을 지원하기 위해 이통사업자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HTC 부사장 겸 한국법인 대표 잭통은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아시아에서 놓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SK텔레콤과 좋은 인연을 맺었지만 일부 제품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등 지난 2년간은 배움의 단계였다”며 “KT가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HTC 입지도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HTC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저가제품 출시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잭통 부사장은 “아시아에서 한국은 IT리딩 시장이면서 스마트폰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300달러 이하 보급형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10대~2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저가 제품을 출시, 시장의 입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전철을 밟기 않기 위해 AS망도 강화한다. 현재 HTC는 SK텔레콤, TG서비스와 협력해 국내에 100곳의 AS센터를 두고 있다.

잭통 부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AS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다”며 “현재 한국의 협력사를 찾고 있으며 조만간 AS센터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통사업자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그는 “지금도 SK텔레콤, KT와 함께 광고와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KT를 통해 이달말 출시 예정인 레전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KT가 아이폰4를 출시하더라도 조만간 공급 예정인 HTC 레전드에 대한 마케팅은 소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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