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2020 IT 메가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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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90세 김씨. 하지만 과거 노인들처럼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 모든 제품이 초소형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거실 유리창에 대고 `시계`라고 말하자, 유리창이 스크린으로 바뀌며 안방 책상 위에 있는 시계의 위치가 표시된다. 잠시 후 김씨는 거실 벽에 부착된 100인치급의 디스플레이를 켰다. 리모컨을 드는 순간 TV는 김씨가 좋아하는 프로그램과 추천 프로그램을 입체 화면으로 보여준다. 김씨는 건강 상태가 자동으로 모니터링 되는 u헬스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TV를 시청한다.

# 장면 2

이씨 부부는 맞벌이를 한다. 그들 사이에는 초등학교 1학년인 희수가 있다. 아침이면 가사 도우미 로봇인 `베버`가 희수의 등교 준비를 도와준다. 이씨 부부는 교통사고로부터 안전을 보장하는 자동차(100% 세이프 카)를 타고 집 근처에 있는 스마트오피스 센터로 출근한다. 입고 있던 통신재킷(Pervasive Communication Jacket)을 통해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업무 중에 통신 재킷에서 경고음이 났다. 희수가 귀가 중에 넘어져서 엉엉 울고 있는 영상이 길거리 가로등으로부터 전송됐다. 이씨는 자동 연결된 마이크로폰을 통해 아이를 안심시키고 다독거린다.

# 장면 3

박씨는 치과의사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순간, 가장 좋아하는 향기와 음악과 조명이 자동으로 구현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온라인 장터에는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없었다. 박씨는 10여년 전 동영상(UCC)을 만들곤 했던 기억을 추억하며, 자기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SNS로 연결된 전 세계 지인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제품 아이디어에서부터 최종 완성까지 총 30분 만에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애플리케이션 완료 버튼을 누르자, 병원 내 모든 기기들에 자동으로 다운로드되기 시작했다.



장면 1, 2, 3의 김씨, 이씨, 박씨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매일 접하는 우리 주변의 일반인이다. 김씨가 사용하는 거실 유리창, TV 리모컨 등은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스마트 제품들이고, 이씨가 업무를 보는 스마트오피스, 영상전송 가로등 등은 도시 구석구석에 구현될 사회안전망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박씨는 IT시장 판도가 기존 엔지니어나 IT 전문가 손에서 일반인에게 넘어가는 `IT DIY(Do It Yourself) 시대`로의 진입을 증명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와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공동 진행한 `2020 IT 메가트렌드` 연구 결과,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IT산업은 인간 중심의 IT(장면1), 성숙하고 안전한 사회를 이끄는 IT(장면2), 일반인이 혁신 주체로 부각되는 IT(장면3) 등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러한 IT 시장변화를 이끌 주요 키워드로 `스마트` `융합과 다변화` `개방성` `디지털 네이티브` `강력한 개인` `집단지성` `감성시대` 7개가 꼽혔다.

◇인간 중심의 IT시대로의 진입=7대 키워드 가운데 스마트는 각종 IT기기의 지능화와 인간과 소통 강화로 나타나며, 그 결과 `Human Centric IT`시대로의 진입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Human Centric IT는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일정 부문 나타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구현되고 있는 `센스+터치+위치 인식` 등은 인간(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기 위한 기술들로 받아들여지며,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은 현재까지 가장 인간의 원초적인 커뮤니케이션 욕구에 근접한 IT제품으로 평가된다. 향후 Human Centric IT는 휴먼 인터페이스 부문에서 진전될 요소가 많아, 조만간 키보드를 대체할 인터페이스의 등장, 손가락 움직임, 눈 깜박임, 인간의 언어 등으로 작동하는 인터페이스의 등장이 기대된다. 삼성전자 석준형 고문은 “IT 기기가 인간 중심화된다는 것은 각종 기기들이 좀 더 똑똑해진다는 의미를 넘어 인텔리전트 구현을 통해 소통 등을 통해 친인간화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숙하고 안전한 사회를 이끄는 IT=융합과 다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기기 및 디스플레이의 출현을 앞당길 것이며, 이는 손안에 디바이스가 없는 시대, 즉 초연결(Hyper Connection) 사회로의 진입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초연결 사회에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 습득이 가능하고, 개개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각종 사회 안전망의 구현이 가능해진다. 사회 안전망은 비단 물리적인 안전뿐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상시적으로 가능케 해 보다 성숙한 사회로의 진보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화 서강대 교수는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해지는 미래 사회에서 IT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완하는 중요 도구로서의 그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이 부각되는 IT DIY 시대=소셜 플랫폼과 가상세계에 익숙한 세대(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그들간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내부에서 다양한 화제를 끊임없이 나누는 이야기꾼(호모나랜스, Homo Narrans)의 면모를 보인다. 글로벌한 네트워크와 다양한 정보로 중무장한 개인들의 등장은 개개인이 제품 소비자 범주에서 벗어나, 기업 전략 활동에까지 참여하는 파워 컨슈머로 격상되고 있다. IT시장 역시 UCC처럼 사용자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UCA(User Created Application)시대로 접어들어 사용자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은 “일반인의 부각은 갈수록 제품 선택 기준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증대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자기가 필요한 앱을 직접 제작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그런 환경이 구현되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들은 기업 경영환경과 전략 역시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기업 전략에서는 혁신요소를 기업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찾고, 집단 지성의 활용이 크게 증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장동인 미래읽기컨설팅 대표는 “강력해진 고객을 `고객 3.0`, 고객의 변화의 경영에의 반영을 `경영 3.0`, 이렇게 변하는 기업들을 `기업 3.0`, 이런 기업의 IT를 `엔터프라이즈 IT 3.0`이라 지칭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엔터프라이즈 IT 3.0은 기존 엔터프라이즈 2.0 컨셉트에 집단지성이 결합되는 형태가 가장 먼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 미래 사회에서는 감성과 상상력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감성상상력(Emomagination, Emotion+Imagination)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강욱 · 한세희 ETRC 연구기자 wook@etnews.co.kr



<기고>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장

한국의 IT, 10년 후를 준비하라

IT산업은 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 성장을 담당하며, 세계에 IT 강국으로서 `IT 코리아`의 위상을 높여왔다. 위환 위기 후 국가경제 회복의 주역으로, 총수출의 30%를 차지하고, 물가상승 억제효과 등 경제전반에 안정적인 효과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갈수록 IT강국으로서 입지가 약화되고 소프트웨어 등 IT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산업의 IT 활용도가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트위터 등으로 변화하고 있을 때, 한국은 새로운 IT 변화를 감지하고, 사전에 준비하지 못함으로써 국경 없이 시작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위축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10년에서 다시 한 번 한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IT의 미래를 전망하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 미래에 관한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과거 10년이 인터넷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모바일 환경에서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 생활과 사회구조가 새롭게 바뀌어 갈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통신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의 4세대 통신의 등장은 모바일 르네상스를 열어서, 누구나(Anyone), 언제나(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떤 서비스(Any Service)라도 이용할 수 있는 세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의 등장은 자유로운 콘텐츠 이용을 가능하게 하고, 스마트폰은 사무실의 개념을 바꿔 유연한 업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GPS와 SNS는 가까이 있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을 항상 연결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후의 IT는 어떤 모습일까. 강력한 모바일(Powerful Mobile)이 산업과 생활 속에 스며들어 인간중심의 IT로 변화할 것이며, IT와 산업 간의 융합을 넘어서 산업과 산업을 융합하는 초융합(Hyper convergence)의 인프라로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려본다.

이제 10년을 바라보고 다시 뛸 준비해야 할 시기다. IT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 국내 성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IT 산업을 기대해본다.



<소박스> 어떻게 연구했나

전 세계 IT시장이 각종 신규 트렌드 등장으로 시장질서는 물론이고 산업 생태계가 크게 변화하는 점에 주목해 KT경제경영연구소와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는 미래에 대한 사전 준비와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해 `2020 IT 메가트렌드` 연구에 착수했다. 기존 미래 연구가 각종 거시적 요인에 따른 미래 변화상 연구에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드물다는 판단에서 10년 뒤 국내 IT산업의 변화상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국내외 IT산업 변화상을 살펴봤고, 이를 위한 전략과제를 도출했다.

이번 연구에는 크게 세 가지 연구 방법론이 적용됐다. IT산업 변화상 연구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거시 환경 분석 기법인 STEEP 분석과 다양한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Futures Wheel 기법을 적용해 수행했다. 국내 IT산업 전략 과제 도출은 10여명의 각 분야 전문가 인뎁스 인터뷰를 통해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은 IT영역을 비롯해 비IT 영역의 전문가를 망라해 이들의 깊은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많은 한계점을 가진다. 미래 키워드라고 규정한 것이 사실상 현재 가장 대세를 이루는 키워드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것이 IT산업 구조를 10년 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결과물은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 자체가 오류투성이의 작업이라는 점도 있지만 자칫 빈곤한 상상력만으로 미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 자체가 더 큰 오류를 낳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고민의 시작점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더 진일보한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