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2011 CIO 어젠다

이맘때면 대부분의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내년 IT투자계획을 짜느라 경황이 없다. 올해는 그 고민이 더 커 보인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다. 흔히들 회복국면이라고 얘기하지만 `더블딥`의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IT투자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년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통된 인식을 보이고 있다. KPMG는 지금 추세로 가더라도 2012년 상반기에나 전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빠듯한 예산 속에서 IT가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행여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거나 곧 착수할 예정이라면,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2~3년 사이에 본격화된 기술 변화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가상화, 소셜 미디어, 모바일 서비스 등은 IT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파괴력이 크다. 문제는 이들 기술이 언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아직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복잡하면서 빠른 기술진화는 시장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확산으로 향후 5년내 IT서비스 시장의 판도가 확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대표적인 예다.

경제적 변화와 기술적 변화는 복합적으로 IT 공급업체와 수요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규칙에 적응할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규칙은 `판`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선발주자에게는 위기이기도 하다.

바로 `뉴 노멀`이 IT산업과 IT전략에도 현실적인 화두로 부상한 것이다.

세계적 IT리서치 회사인 가트너가 오는 10월 미국에서 열리는 `가트너 심포지엄 2010`의 핵심 주제로 `과도기: 새로운 현실, 규칙 그리고 기회(Transitions: New Realities, Rules and Opportunities)`를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유명한 프록터앤갬블의 필리포 파세리니 CIO는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에게 준 미션이 `전세계에서 기술을 가장 잘 사용하는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P&G라고 비용절감에 대한 압박이 없을 리 없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2011년에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혁신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파세리니 CIO는 다양한 혁신 전략 중 하나로 클라우드 컴퓨팅과 협업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IT조직이 이런 불확실성을 뚫고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2011년을 아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IT가 비즈니스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용절감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점이지만 도전하는 CIO에게는 흥미로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