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은 녹색시장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과 위험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투자와 관망 사이를 오가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급하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문을 닫는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냉철한 판단과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로 초기 녹색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의 성공신화는 오늘도 신문과 TV를 장식하고 있다. 대기업도 깜짝 놀랄만한 기술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부 벤처기업들은 녹색분야야 말로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시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녹색벤처에 주목=세계 녹색시장에는 이미 차별화된 기술력과 한 발 앞선 시장대응으로 성공한 녹색벤처로 자리 잡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업계에서 그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 테슬라모터스(이하 테슬라)도 그 중 하나다.
200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이 기업은 벌써부터 BMW · 벤츠 등 세계적인 자동차기업들의 경쟁상대로 부상했다. 첨단기술과 더불어 환경이란 가치가 담긴 전기차 개발에 주력해온 결과다. 테슬라는 지난 5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전기자동차 · 부품 · 생산시스템 · 엔지니어링 지원 개발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도요타는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5000만달러의 보통주를 사모방식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이외에도 이미 지난해 벤츠로 유명한 독일의 자동차 업체 다임러와도 배터리 및 모터 기술 개발 · 생산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다임러는 테슬라 모터스와 전기차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서 테슬라 모터스 지분 약 9%를 무려 5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이는 당시 GM 주가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테슬라가 세계적인 자동차제조사의 파트너로서 명성을 쌓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테슬라의 기술이 전기차생산에 가장 중요한 경제성을 확보한데 있다. 테슬라가 보유한 기술은 PC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소형 전지 7000여개로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때문에 경제성에서도 크게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나노시스 또한 녹색기술로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와 총 1500만달러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전자재료를 공동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나노기술 분야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이 기업과의 제휴로 태양광 · 발광다이오드(LED) · 메모리 · 디스플레이 등 첨단소자의 핵심 원천 재료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퀀텀도트(Quantum dot, 양자점)` 기술을 활용해 결정형 태양전지는 물론 박막형과 염료감응형 등 모든 종류의 태양전지에 응용할 수 있는 고효율 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나노시스는 나노 태양전지와 바이오칩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IT업계와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01년 래리 박 회장이 자본금 7000만달러를 갖고 캘핀 차우 최고경영자와 스테펜 엠피도클레스 기술책임자, 그리고 일부 연구원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해 기술개발에만 주력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연구원들은 모두 하버드와 MIT · UC버클리 등 명문대학 출신으로 구성돼 있고 주력 연구 분야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기술특허와 지적재산권만 150건 넘게 보유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 큰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이미 `공룡`이 되버린 중국 선텍도 녹색벤처의 성공 모델로 최근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2001년 세상에 이름을 알린 선텍은 6년 만에 태양전지 모듈 생산 세계 1위, 태양전지 생산 세계 2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선텍이 이처럼 단기간에 초고속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의 효율은 높이고 가격은 낮출 수 있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기 때문이다.
선텍의 태양전지는 다른 제품에 비해 효율은 1%이상 높고 가격은 75%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창업주인 스정룽 회장이 호주 유학시절 인연을 맺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과의 성공적인 R&D시스템 구축, 장쑤성 우시 생산공장의 높은 생산 효율이 성공적으로 결합된 결과이기도 하다.
스정룽 선텍 회장은 선텍의 성장비결에 대해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과의 오랜 기간에 걸친 기술교류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근로자의 임금, 그리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결합된 결과”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도 그들처럼=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미리넷솔라는 독일 · 이탈리아 · 스페인 등 20여개국에 태양전지를 수출하고 있다.
2005년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연간 100㎿ 규모로 고효율 다결정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물량의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회사 설립 5년만에 `글로벌 녹색성장`을 대표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리넷솔라의 성공비결은 글로벌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와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한 회사의 전략적인 경영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서 세계 선도업체들과 글로벌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을 위해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 체제로 원천기술 확보하고 생산 현장에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해 생산성을 향상시켜나가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효율의 기술 집약형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원재료를 수급을 통해 유럽에서 인정받는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부설 `솔라셀 연구소`를 설립,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신성홀딩스는 태양광 분야의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기술 선도 기업이다. 지난 30년간 반도체 산업에서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와 전문 연구 인력을 확보해 2008년 16%의 광변환효율을, 공장 준공 1년 만에 18.2%의 단결정 태양전지 양산에 성공했다.
또한 선행연구개발로 19.1%의 광변환효율을 검증 받아 지난해 2개의 태양전지 분야 국책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성홀딩스는 태양광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지속적인 기술개발`이라고 밝힌다.
신성홀딩스는 2008년 공장 완공 이전부터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3㎿의 연구전용 라인을 구축했으며 산 · 학 · 연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기술력 향상에 힘써 왔다. 그 일환으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 연구소와 국내 기업으로써 최초로 고효율 태양전지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1989년 자본금 80만원으로 용산전자상가에서 탄생한 KD파워는 국내 전력IT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1550억원, 올해 매출목표 2700억원. 이쯤되면 이제 정체란 단어와 맞닥들일만도 한데 KD파워의 행보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전력IT 서비스는 KD파워를 대표하는 시스템으로 전력IT 국가핵심성장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전력컨디션 인디케이터 알고리즘 개발 등의 국가연구과제 수행과 더불어 2010년까지 연구개발비 2700억원을 집중 투자해 기술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KD파워는 특히 `보이는 전기, 말하는 전기`를 모토로 실시간 전기안전관리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사용자가 전기 사용량이나 절감량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게 느끼고 알 수 있는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KD파워는 이와 함께 최근 녹색산업의 대명사격인 태양광 · LED 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KD파워가 개발한 태양광인버터나 LED안정기는 이미 그 효율측면에서 업계 정상을 달리고 있으며 태양광 시스템 전반에 걸친 효율 또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