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제5의 에너지, 에너지절약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 사용 에너지의 96%를 해외에 의존하는 국가.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 현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위태롭다` 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수입액은 912억달러로 전체 수입의 30% 이상을 석유 · 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 수입에 썼다. 이는 LCD · 반도체 · 자동차 등 주력 수출상품의 수출액 799억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이다.

국제유가가 한번 급등하기라도 하면 에너지수입 비용으로 한 해동안 주력산업에서 `뼈 빠지게` 거둔 수출실적과 맞먹는 금액을 써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이 경제성장이라는 국가대업을 달성하는데 있어 에너지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반해 중국을 필두로 자원소비국의 자원 확보 경쟁과 자원을 무기화하는 자원 민족주의가 심화되고 있어 우리의 에너지안보는 더욱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다가올 에너지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는 지금 `에너지 효율`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제5의 에너지, 에너지절약= 지난해 미국의 타임지는 에너지절약을 제5의 에너지라며 에너지효율 향상의 필요성에 대해 집중 소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사실상 100%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10%만 절약해도 한 해에 10조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하고 에너지효율 향상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사용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할 정도로 에너지효율향상은 에너지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은 이제 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이자 우리에게는 반드시 달성해야하는 지상과제로 자리 잡았다.

가전제품 제조회사는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높은 효율의 제품을 개발, 보급하고 있고 자동차 제조 기업들도 보다 높은 연비의 차량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주택이나 건물도 이제는 면적당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어지는 것이 의무화되고 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하는 의무를 안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효율 향상의 필요성이 커지자 관련 시장 또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IEA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농도를 2030년 기준 450PPM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약 10조5000억달러의 에너지 효율 개선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달리 이야기하면 앞으로 20년동안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약 10조 달러 이상의 에너지절약 관련 시장이 창출된다는 이야기다. 에너지효율 향상에 필요한 고효율기기 개발 · 공정 개선 기법 등은 최근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에너지효율 향상과 관계된 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태양광 ·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이나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의 투자 회수기간이 평균 10년을 웃도는 반면, 에너지절약은 약 3~5년이면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어 성장잠재력이 높고 원가절감을 통해 에너지다소비 구조인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소비 효율이 높은 기기를 개발하고 산업공정을 고효율화 하는데 사용되는 기술은 앞으로 차세대 수출 동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 · 미 · 일 · 중 · 영 등 주요 5개국에서만 에너지효율 향상과 관련, 앞으로 260조원 규모의 방대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중남미 ·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에서도 관련 시장의 규모는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아직 에너지효율 향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개도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부터 발효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에너지목표관리 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대규모의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2010년 에너지 목표관리제 시범사업의 절약목표인 132만TOE(에너지환산톤)를 절감하는데 필요한 투자금액이 약 1조 4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것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