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사업구조(Walled Garden)에 매몰됐던 국내 이통사와 제조업체 또 이들과 함께 협력했던 모바일 솔루션 업체들은 올해들어 사실상 `애플 쇼크`를 경험했다.
애플은 자사 제품인 아이팟과 아이폰의 소프트웨어를 개발 도구를 외부에 공개했고 애플이 제시한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자유롭게 자사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했다. 애플은 나아가 이들 업체에 판매 수익의 70%를 제공하고, 나머지 30%만 수수료로 받았다.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이 애플의 사업 모델은 지난해말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예상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국내의 이통 시장의 환경을 한꺼번에 바꿔 놓았다. 아이폰3GS는 국내 이통 시장의 역학 관계도 변화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한 쇼크=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 모바일 솔루션 업체 간의 수직적 관계가 수평적인 관계가 됐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각각 혹독한 생존경쟁 체계에도 들어갔다.
이통사는 그동안 비싼 가격으로 제공되던 데이터의 요금을 스스로 내리기 시작했고 와이파이를 경쟁적으로 제공하면서 와이파이존 확대 전쟁에도 돌입했다.
휴대폰 제조 업체들은 피처폰에 집중했던 사업 역량을 짧은 기간에 집중시켜 차세대 스마트폰 경쟁을 벌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이익률은 급감했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로 이통사 요구에 따라서 각사가 힘들게 개발해온 한국형 인터넷 플랫폼 표준인 위피(WIPI)로 모바일 솔루션 업체들은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다수의 개인 개발자들과관련 콘텐츠를 구제할 길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운용체계(OS)와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모바일 솔루션업체들은 기업의 생존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애플의 개방 정책이 1억대 이상 깔린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에 한정된 폐쇄적 사업구도 탈피라면 구글 주도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는 보다 개방성이 더 확대됐다.
가종현 SK텔레콤 IPE 상무는 "사실상 우리나라는 국가가 주도하는 네트워크 기술의 측면에서 IT 선진국이었지만 그 외의 어떤 분야에서도 해외 사업자를 압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충격 흡수 끝났다=하지만 국내 이통 업계가 겪는 아이폰 쇼크는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준비해가기 위한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구글과 애플 미국의 대표 업체들이 개방을 내세워 세계 IT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 업체들도 이들과 협력 또는 경쟁하면서 다시 세계 중심에 설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현재까지 이어온 네트워크 망에서의 우위는 지키면서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저마다 `변화`의 카드를 내밀었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은 시장의 성장둔화 위기감에 다양한 신규서비스 등을 통해 전통적인 통신서비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서고 있다.
SKT는 기업생산성증대(IPE) KT는 스마트(SMART, Save cost Maximize profit ART), LG유플러스는 탈통신으로 네트워크 · 전송서비스가 IT 서비스와 결합한 형태로 주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옴니아2에 이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S로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다가올 커넥티드 TV분야에서 TV용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선보이며 스마트TV 시장 주도권 찾기에 나섰다. 특히 독자 플랫폼인 `바다`를 스마트폰 `웨이브`와 함께 스마트 TV OS로도 탑재해 플랫폼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다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올 연말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처진 LG전자와 글로벌 OS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밀린 MS가 윈도7을 탑재한 옵티머스7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옵티머스7는 미국 AT&T와 영국 보다폰 등 해외 주요 이통사를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이 밖에 3위 제조업체인 팬택도 `시리우스`, `이자르`, `베가` 등의 안드로이드 기반 SK텔레콤과 KT의 주력 단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국내에서 쌓은 경험은 다시 해외 진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모바일 솔루션업체들은 이동통신사나 단말제조사 뿐만 아니라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회사,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업체들과의 협업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에서 쓰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휴대폰, 태블릿PC, IPTV 등 이종 단말기 간 공통 플랫폼과 와이파이 등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윤정호 로아그룹코리아 이사는 “IT 산업에서 선점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당장 극복은 애플과 구글처럼 플랫폼을 장악한 업체를 따라가기는 힘들겟지만 매우 힘들 수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트렌드를 읽어 내는 능력을 활용한 빠른 추격자 전략은 여전히 위력적“이라고 밝혔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