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리녹스(대표 오권석)는 수년전 기업 생존과 성장을 위해 `주력 생산품 전환`이라는 모험을 감행했다. 출혈 경쟁에 몰린 기존 파이프용 스테인리스 생산 대신에 스테인리스 극박 소재 개발과 생산에 3년여 동안 무려 600억원을 투입했다. 첨단 정밀소재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코리녹스는 지난 해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넘어 1076억원을 올렸다.
#2. `국내 처음이자 세계 네 번째(기업으로는 처음)로 6000m급 심해 무인 잠수정 개발, 군함용 통신시스템 국산화, R&D 투자 비율 매출의 10%, 전체 인력 대비 연구인력 비중 30%.` 국내 선박용 조명기기 1위 기업 정도로만 알려진 대양전기공업(www.daeyang.co.kr)의 위상이다. 대양은 2000년대 들어 IT를 기반으로 LED, 함내외 통신시스템(ICS), 기상관측시스템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 벤처기업이 변신에 성공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1세대 벤처에서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춰 제조업 전반에 걸쳐 추진되고 있는 IT융합 아이템으로 재무장하는 등 벤처 2.0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위의 사례처럼 매출액 급상승으로 나타난다.
동남권은 경제와 산업은 물론이고 국가 연구개발(R&D)의 과도한 수도권 편중에 대응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최대 광역권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재료연구소 등 기술 기반의 핵심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30여개 종합대학, 3개 지역 테크노파크와 IT특화연구소 등 지원기관, 수백개의 기업 부설연구소가 포진해 IT융합 역량이 어느 곳보다 충분하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과 제조+IT융합, 광역경제권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며 가장 주목하고 있는 지역이 동남권인 이유다.
동남권 벤처산업계의 IT융합은 개별기업, 기업 간, 또 산학연관 연계 등 전방위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울산벤처기업협회(회장 박환기)가 2년여전부터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생 융합 클러스터`는 중소 벤처기업 회원사간 자율적 협력 네트워크로 주목받고 있다.
융합 클러스터의 하나인 M2E(환경 에너지 융합) 소속 극동산업은 최근 또 다른 회원사인 디앤디이와 함께 중소형 풍력발전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극동산업의 발전시스템 하드웨어 제조 경험과 디앤디이의 유체역학에 관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한 사례다.
이레그린테크의 경우 소속 `메카클러스터`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컨설팅 지원을 받아 올초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이해수 이레그린테크 사장은 “폐고무를 미세하게 갈아 재료로 재활용하는 사업 아이디어는 갖고 있었지만 원하는 크기와 속도를 내는 기계 및 프로그램 개발에 고민했는데 `메카 클러스터` 회원사들의 여러 도움을 받아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에는 `메카클러스터`를 포함해 해양과 에너지관련 기업의 `M2E`, 이업종간 정보 및 기술 교류 중심의 `벤우회`, 조선기자재 기업 간 애로기술 해소 및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조선기자재클러스터`, 코스닥 진출기업과 IPO 희망기업간 모임인 `상장연구회` 등 10개 자생 클러스터 모임이 결성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알려지자 클러스터에 신규로 가입하려는 중소벤처 CEO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박환기 부산울산벤처기업협회장은 “자기 분야만 알고 지내던 중소 벤처기업 사장들이 협력 네크워크의 장으로 모여들면서 기존의 주력 분야 외에도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역량 결집 속에서 부산벤처기업협회는 지난해 부산울산벤처기업협회로 협회명을 변경하고, 울산 벤처업계까지 아우른 동남권 대표 벤처협회로 도약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부산 사상구 모라동 일대 1만1100㎡에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총면적 8만9000㎡)의 아파트형 공장인 `부산첨단벤처산업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부산 · 울산 · 경남 등 동남권 지자체도 IT융합 기반의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대응하는 벤처기업 지원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지역산업 예산을 벤처기업 활성화와 저탄소 녹색성장, 그린IT 지원 강화에 맞추고 총 2246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전년 대비 431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최근에는 풍력발전을 비롯한 조력 · 파력 · 해양바이오에너지 등 해양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벤처 육성과 해양LED · 해양로봇 등 `해양 특화 신성장동력 발전 전략`을 추진 중이다.
경남은 지능형홈 산업을 지역 벤처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기반산업으로 정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경남 마산에는 로봇랜드와 더불어 710억원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콤플렉스` 건립이 추진 중이다. 이곳에는 수소연료전지 · 수소스테이션 · 태양광 실증사업을 전개하고 주요 시설로 신재생에너지 소재 · 부품, 모듈 신뢰성 평가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울산시는 최근 총 2000억원 규모의 `그린 · 전기자동차 부품개발`사업에 착수, 지역 자동차부품 벤처기업 지원 및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표- 부산울산 벤처업계 자생 협력 네트워크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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