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차 大戰 개봉박두

지난 7일 GM대우의 알페온이 출시되면서 국내 준대형 자동차 시장에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됐다.

절대강자 그랜저를 물리치고 돌풍을 몰고왔던 기아차 K7에 알페온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준대형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차는 연내 출시를 앞둔 신형 그랜저를 통해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르노삼성도 SM7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고 내년 후속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신형 그랜저-K7-알페온-SM7 간의 주도권 싸움이 올겨울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지난달 31일 알페온 신차발표회에서 "제네시스, 그랜저, K7이 경쟁 모델"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K7의 기세는 놀라웠다.

첫 달 5640대를 판매하더니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대수 3만7000대를 돌파했다. 지난 8월 판매량만 놓고 보면 1717대를 판매한 그랜저의 2배 이상인 3064대를 판매했다. 출시한 지 8개월이 지난 후에도 꾸준히 그랜저를 앞서고 있어 국내 준대형 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 이제 국내 준대형 시장의 절대강자는 K7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됐다.

K7이 내수 시장을 공략할 즈음 알페온의 바탕이 된 GM 뷰익의 라크로스는 미국과 중국 시장의 준대형 시장을 평정했다. 알페온은 유럽 GM에서 개발된 인시그니아 모델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이후 미국과 중국에서 라크로스라는 모델로 출시됐다. 미국에서 라크로스의 올 상반기 판매추이를 보면 올 1월에 4246대가 판매된 이후 중반기로 오면서 5000대 이상으로 판매량이 늘다가 7월에는 7000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7월 1468대에 그쳤던 구형 라크로스 판매량은 올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7047대가 판매됐다.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를 비교해 보면 올해 3만745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약 228% 증가했다. 판매 증가로 인해 GM은 라크로스를 생산하는 캔자스시티의 페어팩스 공장에 세 번째 조립라인을 추가했다. 중국에서는 미국보다 더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출시 된 후 불과 1년도 안 돼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섰다.

라크로스는 2010년 상반기에 가격 30만위안 이상의 중국 프리미엄 중형세단 시장에서 약 8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형 라크로스에는 알페온과 같은 직분사 3.0ℓ V6엔진이 탑재돼 있다. 특히 라크로스는 2009년 중국의 `카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해 리갈과 함께 중국의 뷰익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라크로스는 이제 한국 시장에서 K7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의 강자와 미국, 중국 시장의 강자가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되는 셈이다.

특히 알페온은 스테이츠맨이나 베리타스와 달리 한국의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데다 한국인 취향을 반영해 설계를 일부 변경했다. 이 때문에 이전의 GM 모델의 한국 시장 진출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GM대우 측은 설명했다.

K7과 알페온의 차이는 1호차의 주인공에서도 드러난다.

K7의 1호차 주인공은 소프라노 조수미 씨다. 조씨는 K7의 부드러운 고품격 이미지를 웅변하고 있다. 기아차는 조씨를 통해 K7의 세련된 이미지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반면 알페온의 1호차 주인공은 원정 첫 월드컵 16강을 이끌어낸 허정무 감독이다. GM대우는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뒤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를 성공시키려고 하는 허 감독의 이미지가 중국,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알페온의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두 모델의 가격은 최저 사양은 알페온이 약간 비싸고 최고 사양은 K7이 좀 더 비싸다. 배기량 2.4ℓ인 알페온 기본형은 3040만원으로, 그랜저 기본형보다는 327만원 비싸고, K7 기본형보다는 160만원 비싸다. 알페온은 엔진과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GM대우 측은 설명했다. 반면 알페온의 배기량 3.0ℓ 풀옵션 모델은 4177만원으로 그랜저 풀옵션과 비슷하며 K7풀옵션보다는 100만원가량 저렴하다.

알페온의 신차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도 관심사다. 연내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투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통의 준대형 강자 그랜저는 벌써부터 이 부문에서의 대기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신형 그랜저를 구입하기 위해 차량 구매 시기를 늦추고 있을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는 기존 그랜저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형 그랜저는 알페온과 같은 구성인 2.4ℓ, 3.0ℓ 직분사 엔진을 장착하는데, 최고출력이 각각 200마력, 270마력대다. 신형 그랜저가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은 순항 중 앞차와의 간격을 인지해 속도를 알아서 조절해주는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에도 운전자가 가속페달 조작 없이 방향만 잡아주면 되는 최첨단 기능이 국내 최초로 장착된다.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2004년 출시된 르노삼성의 SM7도 뒤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은 SM7의 고정 수요층이 있고 만족도가 높은 만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SM7의 후속 모델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어서 준대형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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