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현장을 가다]스정룽 선텍파워홀딩스 회장

[글로벌 기업 현장을 가다]스정룽 선텍파워홀딩스 회장

선텍파워홀딩스는 2분기 태양광 모듈 판매량에서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2005년 8위로 첫 10위권 진입에 성공한 이후 한 번도 순위가 하락하지 않고 꾸준히 상승, 지난해 2위를 기록한 뒤 드디어 미국 퍼스트솔라를 제쳤다. 1963년 양쯔강 하류 장쑤성에서 태어난 한 사내가 자신의 고향에 세운 조그만 회사가 세계를 제패한 순간이었다.

선텍파워홀딩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스정룽 회장의 업적은 놀랍다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2001년 창업 당시 40만달러였던 그의 재산은 2009년 말 기준으로 2750배 불어난 11억달러다. 2002년 10메가와트(㎿)로 출발한 선텍의 태양전지 생산라인은 올 연말이면 140배 많은 1400㎿ 규모로 확대된다. 선텍은 2005년 중국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고 스정룽 회장은 이듬해 포브스 선정 중국 부호 1위에 등극했다. `중국을 새로운 시대로 이끈 마오쩌둥의 위대한 지혜가 담긴` 마오쩌둥선집을 가장 즐겨 읽는다는 스정룽 회장으로부터 태양광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세계 1위에 오른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선텍 제품은 믿을 수 있다`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성능개선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선텍은 25년의 제품 성능보장과 업계 평균보다 6.7% 높은 효율의 태양광 모듈을 제공한다. 더욱이 우리는 지금까지 80여 개국에 천만 개(2.5GW)가 넘는 모듈을 공급한 실적도 가지고 있다.



-호주로 유학을 떠난 1988년은 태양광이 생소한 때다. 태양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이다. 나는 원래 미국으로 공부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마지막 순간 호주로 방향이 바뀌었다. 시드니에 도착했을 때 내 동료가 조교를 구하고 있다며 마틴그린 교수에게 가보라고 권했다. 이 분은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다. 나는 순전히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그린 교수의 방문을 두드렸는데, 대신 그는 나에게 태양광 연구를 권했고 결국 태양광기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취득 후 1995년 현지에서 태평양태양에너지연구센터 기술이사를 지내며 특허를 11개나 획득할 정도로 성공했다. 이를 모두 버리고 귀국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2001년 귀국 당시 일본과 독일 등에서 상업 태양광 시장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장기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 마침 내가 태어난 곳과 멀지않은 우시 지방정부의 도움으로 태양광 회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단돈 2만위안이 없어 용역회사 직원들로부터 협박을 받은 일이 있을 정도로 창업 초기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것으로 안다. 이 시기를 헤쳐 나가는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무엇인가.

△끈기와 고집이다. 문제는 항상 생긴다. 끈기 있게 버티면 반드시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버티게 했다.



-당신에게 태양광은 무엇인가? 태양광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태양광을 활용하면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우리는 기술개발을 통해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태양광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 달성을 앞당기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글로벌 태양광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태양광은 대형발전소뿐만 아니라 분산형전원에도 사용될 수 있다. 태양이 비추는 곳이면 누구나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나 지역별 특성에 따라 원하는 태양광 제품은 전혀 다르게 될 것이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태양광 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실리콘 태양전지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태양광 펌프나 주택 및 빌딩용 발전설비 · 발전소용 설비 등 어떤 형태의 태양광 설비에도 가장 효율적인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선텍에 위협이 될 거라 보는가?

△글로벌 태양광 업계에는 수많은 모듈 생산업체가 있지만 사실 우리는 시장점유율을 놓고 다투고 있는 게 아니다. 대신 모듈 제조단가, 화석연료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적이 아니라 동지인 것이다.



-내년 시장 전망은

△여전히 강한 수요가 유지될 것이다. 비록 보조금을 삭감하는 나라가 있지만 태양광 생산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이제 곧 보조금 없이도 스스로 두 발로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비록 중간 중간 부침이 있겠지만 장단기적으로 태양광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