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2020 IT메가트렌드

◇2020 미래상과 IT 정책과제

“기타리스트가 커피숍에 앉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그 앱이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확산되며, 협업지성에 의해 창조적인 서비스로 거듭나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국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2020년 국내 IT시장의 가장 이상적 모습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기르는 미래 교육, 개발자 및 소셜 네이티브들이 자유롭게 뛰어놀수 있는 사회적 공간 육성, 신시장 창출을 통한 산업 경쟁력 제고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이런 변화들을 수용하고 녹여낼 수 있는 성숙된 사회적 합의와 인식의 틀 역시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지적됐다. 석준형 삼성전자 고문은 "소프트 기술, 콘텐츠, 창의성이 복합적으로 융합돼야 미래IT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며 "우리가 외국에 비해 늦은 부문도 있지만 빠른 속도로 따라 잡을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낙관했다.

◇창의력 기르는 미래 교육=기타리스트가 커피숍에서 앱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기르는 미래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서는 불가능하다. 미래 교육은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팀을 이뤄 서로 도와가며 학습해 가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방식의 고립적 교육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협업을 통해 상호 학습의 주체가 되는 교육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위한 디지털 교육은 다양한 상상력을 실제로 구현하는 중요한 도구이자 통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교육을 비롯해 예술 · 문화에 대한 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다. 다양한 감성에서 비롯된 추상적 아이디어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사고와 훈련을 통해서 먼 훗날 `제2의 스티브잡스`는 자라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상력이 발휘되고 자라날 공간 육성돼야=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인재들이 자신만의 이야기, 자신만의 가치를 쌓고 전파하는 것을 촉진하고 장려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 미디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재가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이 같은 이야기와 콘텐츠는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흘러가면서 뭉치고 흩어져 새로운 지식으로 재탄생한다.

미래 사회 콘텐츠의 성패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와 경험을 이해하고 조합하는 능력이 관건이란 점에서 SNS 기반의 열린 네트워크,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실어나르는 호모나란스(Narrans)의 존재는 콘텐츠에 생명을 불어 넣은 존재들이다. 특히 접점이 막힌 생태계로 우려가 높은 국내 환경에서 SNS 기반의 생태계,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소셜 네이티브, 파워 호모나란스 등은 전략적 육성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본원적 경쟁력과 결합돼 시너지 창출=이 같은 역량들을 국내가 보유한 경쟁력과 결부시켜 신시장 창출과 같은 본원적 경쟁력 강화 요소로 활용하는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국내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나, 하드웨어 분야의 풍부한 잠재력 활용, 모바일 부문의 높은 활용성, IT매니아적인 열정 등이 주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장기적인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원천 기술에 대한 접근은 꾸준히 계속하되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플랫폼과 같이 단기간에 추격이 불가능한 분야에 대해선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며 해외 플랫폼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한편 우리나라는 모바일 시장이 요구하는 순발력이나 손재주에 장점이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하고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역시 중요 요소로 지적됐다.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는 공유 가능한 것들은 서로 공유하는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강욱 · 한세희 ETRC 연구기자



<박스1> IT산업에서 새롭게 눈여겨 봐야할 변수는

미래 연구는 일반적으로 인구구조 변화, 사회구조 변화, 기후 변화 등과 같은 거시적 변화요인들이 중요 변수로 다뤄진다. 하지만 그간 IT미래 예측에서는 대부분 기술변화와 기업전략만을 주된 요인으로 삼아 미래 IT수요 및 유망기술을 예측하는데 그쳐왔다. 하지만 앞으로 IT산업의 주요 변화는 기술뿐 아니라 그동안 간과해온 새로운 외부 변화에 의해 훨씬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가 복잡다변화하면서 IT의 역할이 단순 부가가치 창출이나 효율성 제고라는 산업경제적 측면 이외에 문화 다양성, 복지 안전망, 행복추구의 도구로 복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2020년을 염두에 두고 주목해야 할 IT산업의 새 변수로는 △인구 구조 변화(세대 변화 포함) △환경 어젠더 △삶의 질과 사회적 책임 등이 꼽힌다. 실제 고령화 등의 인구변화에서 파생되는 실버 컨슈머, 환경규제 강화와 같은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그린 SCM,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구조 변화에서 나타나는 스마트 SoC 등은 IT산업의 미래상을 좌우할 중요 요소로 평가됐다.

가령 실버 컨슈머 추세에 따라 직관적인 사용과 내구성이 뛰어난 실버형 IT기기의 수요 증대가 예상된다. 고령 소비자들의 정서적 소외와 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정서적 케어 서비스(가족대여업, 노인맞선회사, 노인전용 커뮤니티, 노인전문 정보공유 사이트 등)가 크게 각광받을 것이다. 저출산 추세로 인한 인구감소는 외국인 노동자의 확대와 다문화 · 다민족 사회로의 전환을 가져오며, 이 역시 다문화 관련 각종 신규 직종(세계 다문화네트워크전문가, 다문화링크기술자, 인터넷다문화접속전문가 등), 네트워크, 다문화 교육 수요 등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변화요소에서 비롯되는 환경 어젠다는 환경 오염 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원천적으로 이를 제거하는 청정생산기술의 등장을 촉발시킨다. 청정생산기술에는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저공해, 저폐기물, 재활용, 에너지 효율성 등이 고려되며, 다양한 규제를 대비한 생산 · 유통 · 인증 · 조달 시스템과 같은 신규 수요를 창출할 전망이다. 또 원산지 추적, 각종 모니터링, 이벤트 관리와 같은 솔루션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로의 진화는 각종 사회적 책임을 크게 증진시킨다. 이는 스마트 SoC의 활성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스마트 SoC의 확대를 통해 모든 서비스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하며, 개인 평생 정보를 담아 신체처럼 이용할 수 있는 u단말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다. 공간적 치안 서비스가 개인에 특화된 경호 서비스로 확대되는 등의 개인 특화 서비스의 확대 역시 점쳐진다. 또 언제 어디서나 교육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학습자 중심의 지능형 교육 시스템 등이 보편화될 것이다.

<박스 2> 해외 주요국의 미래전략

세계 각국은 이미 미래사회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등장함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은 2020년 이후의 미래를 조망하는 `미래국가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국가정보위원회(NIC,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미래예측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등을 중심으로 미래 트렌드를 전망하고, 국가의 중장기 전략 수립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전략은 크게 첨단 과학기술에의 도전,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창조적인 인재 육성, 위험관리 역량제고 등으로 요약된다. 미국 정부는 정책적으로 앞선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보다는 IT규제 완화 및 투자 프로그램 등 산업 환경 개선 부문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에너지 부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인재 육성은 창조적이고 첨단기술을 보유한 인재의 육성과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U는 IT를 통해 국가 사회를 재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지난 3월 `EU 2020 전략`을 통해 향후 10년의 비전을 발표했다. 여기서 EU는 스마트한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통합적인 성장을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실행 전략으로는 디지털 사회로의 촉진, 대외 기술 경쟁력 제고, 사회 복지 시스템 강화 등이 포함됐다.

EU는 미국에 비해 기술혁신, 디지털 사회 인프라 등이 뒤처진다는 인식하에 해당 분야 강화에 정책적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교육시스템 개선, 고용과 전문 인력 양성, 빈곤과 소외계층의 사회참여 등에 관심이 높게 나타났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020년 미래의 국가경쟁력 향상 및 살기 좋은 국가 재건을 위한 `신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수요`와 `고용`을 창출하는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고, 녹색사회로의 전환, 개척 및 강점 산업분야 선점, 성장 인프라로서 과학 · 기술 및 고용 · 인재 창출 전략을 중점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공공서비스 육성과 교육시스템, 건강복지 의료 시스템, 선진화된 교통 시스템을 통한 녹색사회 구현 등에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이강욱기자 woo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