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5일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꼭 2년째 되는 날이다. 금융위기 후 2년 동안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증시 환경은 뭐니 뭐니 해도 외국인들 태도다.
2008년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한국 시장에서 무려 33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이 올해 들어서만 9조8000억원어치를 거꾸로 순매수했다. 외국인 수급만 놓고 보면 코스피가 2000을 뚫었지만 외국인은 떠났던(-25조원) 2007년 강세장보다 지금이 더 낫다.
지난 7월 이후 글로벌 `더블딥` 우려가 불거지면서 한국 국채 등 채권을 사려는 외국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채권은 팔고, 주식을 사들인다`는 쪽으로 뚜렷한 추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외국인 선호 자산 변화 조짐=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외국인 채권 순투자금액은 -1조46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중 순투자금액이 1조851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최근 한 달 새 무려 3조3118억원이 채권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순투자는 순매수액에서 만기 상환액까지 고려한 수치로 실제 외국인들이 투자한 액수를 나타낸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지난 9일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140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은 기준금리 동결로 채권값이 급등하자 즉각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반면 주식은 현ㆍ선물을 가리지 않고 `사자` 분위기가 뚜렷하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1800 고지를 돌파한 지난 10일 이후 3거래일 동안에만 주식 1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채권시장은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다"며 "한국도 1~
2개월 안에 채권값이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본격 증시 랠리는 `글쎄`=지수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 변화도 흥미롭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2009년 3월 이후 현재까지 약 40조원의 현물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200 선물 매도 포지션을 늘렸는데 최근 이 매도 포지션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주식시장이 거침없이 오를 수 있을까란 질문엔 `시기상조`라고 답하는 전문가가 많다. 단기적으로 채권에 대한 매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현재 금리는 재정 거래 측면에서 외국인에게 매력 있는 수준이고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주식보다 더 여유가 있다"며 "중국도 외환보유액 다변화 측면에서 조금 더 한국 채권을 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외국인들이 일부 채권을 차익실현하고 강하게 사던 것을 덜 산다고 볼 수는 있지만 위험 자산으로 선호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은 채권대로 별도의 자금 규모를 갖고 꾸준히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 맥쿼리 "코스피 2100 갈 것"=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기전자(IT) 업종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4일 맥쿼리증권은 "향후 12개월 코스피의 고점 전망을 1820에서 2100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리서치헤드는 "거시경제 환경이 재고 사이클에서 설비투자(Capex) 사이클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에 용기를 갖고 투자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업종별로는 금융과 산업재 비중을 늘리고 IT, 통신, 유틸리티 비중은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도 "최근 이머징마켓으로 펀드 자금 유입을 고려하면 외국인 매수는 계속될 것"이라며 "IT주 약세와 무관하게 다른 업종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이소아 기자/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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