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8세(82년생). 12명의 직원을 책임지고 있는 IT기업의 총각 사장. 이것만 보면 젊은 나이에 창업한, 조금 보기 드문 청년 창업가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권영건 선피니티 대표는 알고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치열한 스펙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 1998년 웹호스팅 전문기업을 창업했다가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창업 동기는 대기업에서 명퇴한 아버지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서였지만 경험부족으로 사업이 오래가지 못했던 것.
1999년에는 전국 인터넷 창업경진대회에서 `700 ARS를 이용한 전자결제시스템`을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 아이템으로 지피홀딩스라는 업체를 다시 차렸다. 친구 3명이 동업해 운영했지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다시 문을 닫고 말았다.
두 번의 실패에도 창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실패도 좌절도 그에겐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했다. 대학도 포기한 권 대표는 2000년 다시 온라인 게임개발업체인 조이비틀을 창업했다. 그러나 이 사업마저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제대로 된 게임 한 번 출시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결국 제대로 공부를 한 다음에 다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광운대 경영학부에 입학했지만 학문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괴리가 크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학교에서 산업심리학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사업에 별 도움이 안 되는 학문의 영역에만 머물러있다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결국 학교를 중퇴한 뒤 군복무를 수행하고 지난 2004년 지금의 선피니티를 창업했다.
회사를 이끌어가기엔 너무 어렸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학생 창업이라는 점을 악용한 어른들의 사기로 창업과 실패를 반복했지만 그는 지난 10여년간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좌절해 주저앉아 있을 시간도 없이 달려왔다고 말한다. 선하게 웃는 권 대표에겐 이제부터 성공할 시간만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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