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 80여개인 식품. 대한민국 국민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식사 대신 혹은 간식으로 먹는다는 뜻이다. 이토록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 무엇일까? 바로 라면이다.
1963년 9월 15일은 `제 2의 주식(主食)` 라면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날이다. 당시 삼양라면은 일본의 명성식품으로부터 라면 기술을 도입해 1봉지 당 10원의 가격의 제품을 만들었다. 초기부터 라면이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라면을 식품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판매도 부진했다.
하지만 쌀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시 정부의 혼분식 장려정책과 무료시식회 등이 이어지면서 라면은 순식간에 쌀 다음으로 중요한 주식이 됐다. 조리의 편리함과 매력적인 맛이 사람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후, 라면의 독특한 맛을 내는데 쓰인 글루탐산나트륨(MSG)은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됐다.
유해성과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라면은 40년이 넘게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가난한 밥상을 채워줬다. 라면은 식품을 넘어 사회적 · 문화적 상징으로도 대변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라면을 먹는 장면은 소외나 외로움을 나타내는 클리셰로 나타난다.
라면의 인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종주국인 일본에서야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고, 중국은 인구규모에 맞게 연간 전세계 라면 소비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420억개 이상의 라면이 팔린다. 이 외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라면의 인기는 높다.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가 라면을 발명한지 50여년. 라면은 지진 참사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이티, 중국의 스촨성, 폭우 피해가 큰 헝가리 등의 지역에 공급되는 대표적인 구호식품이기도 하다.
세계라면협회(WINA · World International Noodle Association)는 지구인들의 보편적인 먹거리로 자리 잡은 라면을 `지구음식(Earth food)`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제 7회 총회에서 이 같이 선언하고, 단순히 싸고 맛있는 음식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밑받침이 되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해 환경을 보호하고, 재난 국가에 비상식량으로 공급하는 펀드를 늘려 사회적 책임도 다하겠단 취지다.
세계적인 식량위기와 곡물값 폭등 등의 과제 속에서 라면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아, 배고픈 사람들을 위로하게 될까?
이수운 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