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기관장 대부분 법인통폐합 찬성

정부출연연구원 기관장 대부분이 국가R&D 거버넌스 개편에 따른 법인 통폐합에 찬성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국가R&D 거버넌스 개편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전망이다.

박영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15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 간담회에서 기관장이 공석인 에너지기술연구원을 제외한 19개 기관 기관장이 큰 틀에서의 출연연 법인 통폐합에 찬성했다.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손진훈 충남대 교수의 민간위 안인 `새로운 국가과학기술시스템 구축과 출연연 발전 방안` 발표에 이어 의견 개진에 나선 출연연 기관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법인 통폐합에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이는 1개월 전의 법인 통폐합 반대 분위기와 판이해진 태도 변화다. 현 출연연의 인사권과 브랜드 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행정위원회로의 승격에 모두가 공감했고, 출연연 법인 통폐합에도 대체로 찬성했다. 다만 통폐합에 따른 출연연의 기능 조정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이를 지금 단박에 결정,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점진적으로 논의해갈 것인지에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박영훈 생명연 원장과 이상천 기계연 원장, 김명수 표준연 원장 등은 단일 법인화에 공감했고,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민간위 안으로 가야 한다. 기관별 요구를 들어주다보면 절대 통폐합할 수 없다”며 원칙대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김흥남 ETRI 원장은 “기관별 브랜드 가치의 상실을 우려한다”며 “통합법인도 좋지만 연구회처럼 통합이사회 개념으로 조직을 꾸리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손 교수는 이에 대해 “상위 거버넌스와 출연연 개편이 함께 움직여야 재정부로부터 예산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과위원장직을 대통령에서 장관급이 맡도록 하는 것까지 양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먼저 확립한 뒤 출연연의 개편 방안을 위임하자는 내용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의 당 · 정 · 청 협의 내용에 대해 “일부 부처에서 출연연 한두 곳의 잔존을 요구해 논의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언급하며 “그러나 관련 법안은 이번 회기 내 모두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출연연 법인 통폐합과 관련 교과부가 항공우주연구원과 원자력연구원의 국과위 이관에 반대하고 있고,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지경부도 덩달아 ETRI와 생기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국가 R&D 예산 13조6000억원 가운데 25%가 출연연에 쓰일 뿐 대학이 26%, 민간이 나머지를 쓰고 있다”며 사견을 전제로 “한국연구재단과 산업기술재단(현 산업기술진흥원) 등도 국과위로 이관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